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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국감, ‘지하경제 양성화’ 최대 쟁점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1 14:46

수정 2014.11.01 11:59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총 27조2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까.'

국세청에 대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가장 화두가 된 것은 현 정부의 복지공약을 뒷받침해 줄 자금줄, 즉 '지하경제 양성화'였다.

국세청은 이 가운데 18조원 가량을 역외탈세자, 대기업·대자산가, 고소득자영업자 등으로부터 5년에 걸쳐 거둬들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날 국감에선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아이디어가 일부 의원들의 입을 통해 제시되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지적은 바로 '실현 가능성 여부'였다.

■조세피난처, 7년여 송금액 1000조원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등이 전 세계 50개 조세피난처 국가(국세청 기준)에 지난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송금한 금액은 무려 1000조원에 가까운 998조724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전체의 36%인 360조3609억원을 해외로 보냈다.
전체 송금액 중 상위 10개국에는 싱가포르,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말레이시아, 케이만군도, 필리핀, 오스트리아, 브루나이, 바레인이 포함됐다.

홍 의원은 "상위 10개 나라에는 우리나라와 무역규모가 적은 나라들도 많았다"면서 "이는 이들 국가로 보낸 송금액, 투자액 등 상당수가 정상적인 무역거래보다는 역외탈세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지난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664건의 역외탈세 조사를 통해 총 3조2234억원을 부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징수한 금액은 58.2% 수준인 1조8774억원이다.

■5년간 27조원 걷힐까

현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7년까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거둬들여야 하는 돈은 모두 27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66.1%인 18조원 가량이 국세청 몫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 의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집권기인 2008~2012년 5년간 고소득자영업자, 역외탈세자 등을 통해 국세청이 추징한 세액이 4조7614억원이고 이 중 실제 국고에 들어온 돈은 65.9%인 3조1382억원에 그친 터라 국세청이 아무리 세정강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연도별 국세수입 조달계획은 2조7000억원(2013년)→5조5000억원(2014년)→6조원(2015년)→6조3000억원(2016년)→6조7000억원(2017년) 등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국세청은 올해 2조7000억원을 포함해 5년 동안 총 27조2000억원의 세원을 확충하는데 앞장서야 하는데 연도별, 지방청별, 중점과제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입 확보 목표와 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 조달 목표를 아예 수정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를 짧은 기간에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갈수록 세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4대 중점과제를 선정한 뒤 이를 지속적,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추진할 52개 과제를 선정해 주기적으로 점검,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중심으로 세금을 무리하게 걷으려다보니 일반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상당수 의원들이 지적했다. 기업들이 자금 출처를 우려해 신규 투자를 꺼리거나 오히려 현금 구매가 늘어 지하경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의원은 '공안경제'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조세에 불복하는 사례도 늘고 실제 이를 통해 부과가 취소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한 조세불복 심판청구는 2862건이고 이 중 세금 부과가 취소되거나 조정된 사건은 전체의 41.7%인 95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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