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IMF 아·태국장 오른 이창용 “韓경제 위상 덕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7 17:05

수정 2013.11.27 17:05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신임 국장에 지명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신임 국장에 지명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지난 1997년 한국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휴버트 나이스 당시 IMF 실무협의단장은 한국인에게 '저승사자'로 불렸다. IMF의 긴급자금 지원을 대가로 그는 부실상태였던 12개 종합금융사를 폐쇄토록 하고, 상당수 한국 대표기업들을 문닫게 했다. 당시 연 8% 이상의 성장률을 구가했던 한국 정부는 2.5~3%대 저성장을 받아들이라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국 경제 집도의 휴버트 나이스, 그가 맡았던 자리가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직이다.

1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 사람에게 'IMF'는 몸서리쳐지는 단어다. 27일 바로 그 자리, IMF 아·태국장에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55)가 공식 지명됐다.

IMF 내 아·태지역 실무총괄책임자로, 그 위엔 부총재와 총재가 있다. 한국인 최초로 IMF의 실무급 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 ADB 본부에서 낭보를 받아든 이창용 차기 아·태국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역량보다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명과정에서 '총력전'을 펼쳐준 한국 정부의 노력이 컸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의 IMF 아·태국장직 진출을 위해 직접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에게 추천서를 보내고, 다른 나라 경제장관들에게도 일일이 동의를 구했다.

이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이명박정부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 기획조정단장(차관급)으로 활동했다. 하버드대 유학 시절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제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중순 한국을 방문한 서머스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그가 IMF 국장직을 맡게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경제학자로서 현실세계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일까. 서울대 교수직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옮길 당시 이미 사직처리했다.

그는 앞으로 IMF에서 아·태지역 각국 경제에 대한 위기 모니터링과 각 나라 정부와 경제정책 협의.자문 등을 담당하게 된다. 그는 "앞으로 10년간은 지난 10년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지겠지만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성이 큰 지역"이라며 "이 같은 역동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자문을 담당하고, 특히 실물경제에 비해 뒤처져 있는 금융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선진국으로부터 조언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아시아의 경험이 IMF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아·태지역 경제전망에 대해선 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의 견해임을 밝히며 "전반적으로 아시아는 과거 10년간과 같은 고도성장을 계속 구가할 순 없겠지만 6%대 성장률도 다른 지역(대륙)에 비하면 높은 숫자"라며 "미국의 출구전략과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남아 있고, 중국의 성장률이 감소하겠지만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의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어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국과 관련해선 "IMF 직원은 모국의 경제정책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돼있다"면서 "직접 담당은 못하겠지만 담당 국장으로서 한국의 견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 아·태국장으로는 내년 2월 10일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IMF는 188개 회원국을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중앙아시아, 미주, 아프리카 등 5개 국(局)으로 나눠 관리한다.

아시아·태평양국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일본, 아세안 등 회원국의 거시건전성을 감시하고 금융지원을 맡는 곳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