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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 ‘땅부자’ 비결은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08 21:59

수정 2014.11.07 05:17

“신격호 롯데 회장의 땅 보는 식견은 하늘이 내렸다.”

롯데그룹이 국내 최고 땅 부자로 확인되면서 신격호 롯데 회장의 남다른 땅 투자 비결이 재계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44개 계열사가 국내에서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11조원을 훌쩍 넘어 국내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백화점 기업으로 성장한 롯데그룹이 삼성, 현대·기아차 등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최고 땅 부자로 재확인되면서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땅 부자’ 롯데의 비결은 풍수지리에 일가견이 있는 신격호 회장의 타고난 땅에 대한 식견 덕분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L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은 중요한 매장이나 유통점을 열 때는 직접 참석해 땅의 기운과 함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고 전했다.


재일동포 사업가 출신인 신격호 회장은 이미 일본에서 80년대 부동산 재벌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만해도 신 회장은 일본의 곳곳에 보유한 알짜배기 부동산 덕분에 세계 4위 거부에 거론되기도 됐다. 한국의 서울 명동격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 롯데 본사부지는 현지 최고 수준의 땅값을 자랑한다.

신 회장은 한번 점찍은 땅은 몇 년이고 기다렸다가 금싸라기 부지로 만들어 개발하는 끈기도 보였다. 롯데가 서울 잠실 인근에 건설하려는 112층짜리 초고층 건물인 ‘제2 롯데월드’도 신 회장이 지난 10년이 넘도록 숙원사업으로 벌이고 있다. 신 회장은 또한 경기 오산시 부산동 2번지와 4의 1번지 일대 밭 10만2399㎡(34만여평)를 부지확보 목적으로 지난 73년 사들여 지난 수십년간 개발 없이 묶어 뒀다가 최근 롯데장학재단에 무상 증여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은 두 아들인 일본 롯데 신동주 부사장, 한국 롯데 신동빈 부회장에게도 이어졌다. 신동빈 부회장은 지난 80년대 초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의 논밭을 대거 사들이는 등 부동산 투자를 그동안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의욕이 넘치는 땅 투자가 롯데 가족간의 분쟁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96년 신격호 회장과 막내동생 신준호씨(현 롯데우유 회장) 사이에서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를 둘러싸고 법정분쟁이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일본에서 부동산 열풍이 식기 전까지 만해도 일본 재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동산 거부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땅을 보는 데는 타고난 안목을 가진 것 같다”며 귀띔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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