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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촛불’ 탄압?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12 22:51

수정 2014.11.07 01:54

범국민적 촛불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불법적인 폭력 시위를 막는다는 명목 아래 처벌을 대폭 강화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에 따르면 불법 폭력시위로 인한 교통체증, 소음 등 시민불편을 최소화 한다는 목적으로 불법 폭력시위 시 처벌을 대폭 강화시킨 집시법 개정안 발의를 위해 현재 서명을 받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사전 통지없이 옥외 집회나 시위를 열지 않은 경우 나머지 기간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쇠파이프 등의 휴대 사용뿐 아니라 제조·보관·운반하는 사람까지 처벌토록 했다.

또 집회 참가자는 복면 등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복 경찰관의 집회장소 출입 허용, 집회 장면의 영상 촬영 및 녹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집시법 위반 시 처분되는 벌금액도 현행 50만∼300만원에서 500만∼3000만원으로 10배 높였고 집회소음 기준 위반 시 처벌도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사실상 최근의 촛불문화제를 탄압하려는 합법적인 ‘촛불시위 탄압법안’으로 규정짓고 “민주화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강도 높게 반발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상희 소장은 “현행 집시법에 위헌 소지가 많아 개정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문화제는 참가자 스스로가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아래 모범적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도 막연한 위험 요소를 이유로 처벌 규정을 강화하려는 것은 민주화시대를 역행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 소장은 “복면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번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이 들고 나온 깃대와 쓴 마스크 역시 흉기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개정안은 경찰청이 준비 중인 법안과 매우 유사한데 이를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공청회 등 의견수렴과정을 생략하려는 의도”라며 “떳떳하다면 입법예고나 여론 수렴절차를 거치면 되는데 이렇게 뒤에서 숨어서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상임활동가는 “대폭 완화해야 할 집시법을 오히려 국제적 기준과 원칙까지 무시한 채 처벌 강화조항들을 대폭 신설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식 밖의 일”이라며 “그동안 사진 촬영 등은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왔는데 아예 합법화해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촛불시위 탄압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정 의원측은 “지난 17대 때 추진했던 집시법 개정안을 이번 18대에 경찰청 측과 논의해서 수정·보완한 것”이라며 “참가자와 전·의경 등을 보호하기 위해 시위 용품의 집회장소 진입을 봉쇄하는 등 불법적 폭력시위를 근절하고 평화적이고 건전한 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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