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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코리아,정책은 후진국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9 20:59

수정 2008.12.09 20:59



#1. 한국형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의무화 폐지 논란

위피는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으로 휴대폰 출고시 탑재가 의무화돼 있다. 따라서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은 국내에선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셈. 이 때문에 위피는 외산 휴대폰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장벽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러나 외산 휴대폰 도입을 원하는 이동통신회사들이 ‘위피 사용 의무화’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존속 여부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휴대폰 산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와 무선인터넷 콘텐츠 업계의 이해를 조정할 문화체육관광부, 이동통신 업계를 담당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머리를 맞대 종합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모든 부처가 골치아픈 문제를 맡지 않겠다고 외면하면서 방통위가 혼자 떠맡아 1년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 통신업계의 출연금으로 조성되는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

지경부와 방통위가 서로 돈을 가져가겠다고 다퉈 청와대까지 최근 중재에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문화부가 통신사업자의 주파수 할당 대가를 콘텐츠진흥기금에도 나눠 달라며 숟가락을 얹고 나섰다. 이권엔 서로 ‘정보기술(IT) 산업 주무부서’라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IT산업 정책이 각 부처로 나뉜 지 1년이 돼 가지만 정책 중복과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IT업계는 “가뜩이나 힘든 판에 정부마저 도움이 안된다”며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난리다.

관련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발생하는 IT정책의 혼선은 방통위와 지경부, 문화부, 행정안전부 등 4개 부처로 나뉜 IT정책을 조정하고 협력의 포인트를 찾아주는 코디네이터(조정자)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최근 “IT산업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 없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의 IT정책이 혼선을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우리나라가 IT정책을 4개 부처로 분산시키고 민간의 주도권을 높이고 있는 반면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정부의 IT정책 조정권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의 IT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이전 한국의 IT산업 정책을 본떠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를 선임하고 정부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기로 해 미국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도 과거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IT산업을 육성한 우리나라 정책을 벤치마킹해 총무청이 주도하던 IT정책을 분리, 별도의 주무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공산당이 강력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의 IT정책권이 막강한 상황이다.

한양대 경영학과 장석권 교수는 “기술발전이 빠른 IT분야는 대통령이 추진할 국정과제를 각 부처들이 정교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정책 조정을 하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장 교수는 “IT컨트롤타워는 별도의 옥상옥 정부기관을 만들거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를 두자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정합성을 이끌어낼 코디네이터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 아니냐”며 컨트롤타워 불필요설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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