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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 폐지..이통사만 봐줬다?

윤휘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0 21:36

수정 2008.12.10 21:36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철회 정책이 이동통신 산업의 생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결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은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 무선인터넷 부가서비스 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사슬처럼 얽혀 있는데 이번 결정은 이동통신 업체들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위피 의무화 폐지, 누구한테 유리하나

일단 이번 조치로 이동통신 시장에 다양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휴대폰을 출시할 때 위피 탑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다양한 기능의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위피보다 범용 모바일 운영체제(OS)가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채택할 수 있다. 반면 단순한 기능에 중저가 휴대폰을 공급할 경우 위피를 선택할 수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며 위피 의무화 폐지 결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 빗장이 풀릴 수 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위피 장벽이 사라지면 애플 아이폰과 같은 고성능 휴대폰에서부터 노키아 등의 중저가 휴대폰이 범람하게 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만 이 문제에 접근한 것 같다”며 “제조사의 매출 가운데 국내시장 점유율은 10%도 안 되지만 제조사의 의견은 거의 수렴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선인터넷 관련업체나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공급업체(CP)들은 정부가 주도해 위피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성과를 평가하지도 않은 채 위피 폐지로 몰고 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CP업체 사장은 “이미 위피 관련업체들은 위피 존폐 얘기가 공론화되면서부터 타격을 받았다”며 “특히 최근 위피 3.0버전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위피 폐지 결정을 내려 아쉽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해외의 다양한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어지고, 가격 경쟁에 따라 단말기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이동통신 유통망은 이통업체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단말기들은 이통사들이 결정하지 않으면 수입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위피 폐지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피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위피는 새로 출시되는 단말기의 개발비 형태로 투자되며, 단말기당 차지하는 원가는 1000원 미만이어서 휴대폰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빗장부터 열겠다니”…거꾸로 된 정책

위피의 의무탑재 결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기존 위피 관련 산업에 대한 육성 및 보호정책도 수립하지 않은 채 빗장부터 풀었다는 것이다.

특히 위피 의무화는 옛 정보통신부가 주도해 이동통신 3사와 협의를 거쳐 수립한 정책인데 옛 정통부뿐 아니라 방통위도 위피에 대한 성과, 평가, 위피 의무화 폐지 이후의 무선인터넷 업계 생존책 등에 대해선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향후 무선인터넷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관련 소프트웨어 및 CP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대책을 수립한 뒤 빗장을 풀어야지 빗장부터 풀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면 그 사이 업체들은 굶어 죽으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방통위는 규제기관이고, 소프트웨어 진흥업무는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는데 방통위가 진흥 정책인 무선인터넷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방통위와 위피를 어떻게 할지 논의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도 산업 육성정책 주무부처인 지경부와 별도의 협의 없이 어떤 육성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문화부와는 이와 관련해 업무 협의를 했으며 지경부와도 곧 협의할 예정”이라며 “방통위는 특히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동통신 산업과 연계한 활성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yhj@fnnews.com 윤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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