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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식 곰플레이어 사장 “‘곰’ 인터넷 글로벌 미디어로!”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4 22:26

수정 2014.11.07 09:56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매일 이 아이콘을 클릭한다. ‘곰 발바닥’ 모양의 아이콘’이 그것. 바로 ‘곰플레이어’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정보기술(IT) 전문지 ‘아스키’에서 최고의 무료 소프트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에선 무료 동영상 플레이어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란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로그램 패치 때마다 외국인 개발자들이 자국 언어로 ‘무허가 패치’를 하느라 애를 먹는다.
커다란 곰 발바닥 로고가 건물 외벽에 선명히 박힌 서울 역삼동 그래텍 본사에서 ‘어제도 밤을 새웠다’는 배인식 사장을 만났다.

“하나를 성공하고 거기서 뭔가 뽑아 먹으려 하기 보단 늘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니까요.”

지난 11일 그래텍은 만 10세가 됐다. 외형상으로는 이미 ‘벤처’ 단계를 넘어선 중견기업이지만 배 사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했다. 지금보다 ‘이다음’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였기 때문이란다. 지난 2000년대 초 개인대 개인(P2P)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 ‘구루구루’란 P2P서비스와 웹 스토리지 서비스인 ‘팝폴더’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수익화하지 않고 스스로 접은 것도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배 사장이 생각하는 10년 후 먹을거리는 뭘까. 이 물음에 배 사장은 ‘인터넷 글로벌 미디어’라고 즉답했다. “미디어라는 건 ‘권역’이라는 게 있죠. 겨울연가는 수출되지만 한국 신문은 그렇지 못합니다. 전파도 닿는 곳까지만 가지만 인터넷은 아니에요.” 한국 콘텐츠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한류’가 증명한 만큼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만 있다면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로 전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시간에 맞춰 한국 가수의 라이브를 중계하는데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새벽 2시에 8만명이 보고 있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전 세계 몇 억명이 우리가 만든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즐기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배 사장은 이제 세계 각지에 곰플레이어가 뿌려지면서 미디어에 대한 시도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곰플레이어의 해외 누적 다운로드 수가 1억건을 돌파했다.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2월에는 시험 삼아 미국에 서버를 열어 곰TV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대회 영어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아프가니스탄, 그린란드를 포함해 무려 170개 국가에서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해설자의 중계가 더해지지 않은 ‘클린 소스’ 동영상 데이터를 공급할 겁니다. ‘생짜’ 대회 중계 화면을 제공하면 해설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이 스스로 다양한 언어로 채널을 개설하는 거죠. 그럼 서버에서 데이터를 내보내는 곰TV는 독어 방송을 한 것이 됩니다. 음악, 영화, 게임, 언어를 몰라도 모두 통할 수 있는 것들이죠.” 10년 후 그가 구상한 그래텍의 먹을거리이자 글로벌 참여형 미디어의 얼개다.

배 사장이 아직은 ‘몽상’이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래텍은 미디어로의 전환을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예기획사들과 계약해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곰TV 최초로 공개하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서태지 등에 이어 최근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인 ‘Gee’가 곰TV에서 최초 공개돼 6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올해는 일본에서도 곰플레이어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다.
유료 소프트웨어시장이 건재한 일본에서 그래텍 재팬을 통해 ‘곰 인코더’ 등의 유료화 모델을 구축, 사업자금을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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