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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업계 ‘글로벌 전략폰’ 스펙다운 가격차별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08 22:00

수정 2009.04.08 22:00



“해외향보다 기능이 떨어지는 데도 가격은 더 비싸다니 국내 소비자가 봉인가요?”

한동안 잠잠했던 휴대폰의 ‘스펙 다운’ ‘가격 차별’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글로벌 전략폰인 ‘인사이트’ 스마트폰의 국내시장 역차별 논란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북미 지역 모델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들어 있지만 국내 출시 모델엔 이 기능이 빠졌기 때문이다. 스펙다운은 내수용 단말기 스펙(명세·Specification을 줄인 말)이 수출용에 비해 하향 조정됐다는 뜻이다.

■기능 적은 데도 가격은 더 비싸

문제는 이처럼 기능이 떨어지는 데도 북미 지역 이통사가 정한 ‘인사이트’의 공식 가격이 300∼400달러(약 40만∼53만원)인 데 비해 국내 가격은 69만원으로 오히려 비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GPS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크지 않아 뺀 것”이라며 “스펙 다운은 지나친 비약으로 단순히 스펙을 변경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에 대해서도 LG전자는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것으로 국내가 해외보다 비싸다고 볼 수 없다”면서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평균 20만∼25만원에 구입할 수 있어 오히려 국내가가 더 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체 GPS가 국내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누구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내수시장을 봉으로 아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옴니아도 가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옴니아의 국내 판매가는 4� 모델이 96만8000원, 16�는 106만8000원이다. 이는 북미 지역의 오픈마켓 가격인 800∼900달러(약 108만∼121만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이베이 등 인터넷 마켓에는 최근 무약정 단말기가 435∼478달러(57만∼63만원)에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베이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정식 경로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고, 약정가격으로 국내외 제품을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면서 “무엇보다 국내외에 출시되는 단말기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도 다르기 때문” 해명불구 불만 고조

이런 논란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니스커트폰과 UFO폰, 소울폰, 햅틱폰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유럽 시장에 먼저 나온 동종 단말기보다 국내에선 카메라 화소가 낮거나 외장메모리 등 일부 기능이 빠져 문제가 됐다.

LG전자의 초기 뷰티폰 모델도 유럽형과 다르게 디빅스 영상 코덱과 FM라디오 기능이 빠져 논란이 됐다. 또 모토로라의 뮤직폰 ‘로커(Z6m)’도 국내 출시 당시 일반 MP3 플레이어 등의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빠져 논란이 일었다.

그때마다 사용자들은 “기능은 멋대로 줄이면서 가격은 왜 해외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냐”고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그리고 해당 업체들은 늘 해외에는 없는 기능을 추가했다는 사실을 늘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 요구에 맞춰 기능을 조정한 것이고 오히려 국내 출시 모델이 해외용보다 좋아진 부분도 있다”고 반박해 왔다.

물론 해외용과 국내용 제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측면은 분명 있다. 국내 이동통신 플랫폼이 해외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국내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

특히 동영상이나 MP3파일의 경우 국내에선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
또 지도 서비스는 서버가 국내에 없을 경우 서비스가 어렵다. 군사기밀보호법 등에서 지도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어떤 해명도 국내 가격이 지금처럼 더 비싼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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