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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과속’..업계 속탄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2 22:15

수정 2009.04.12 22:15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TV(IPTV), 와이브로(휴대인터넷)에 이어 모바일IPTV까지 막대한 투자비가 들지만 수익성이 의심되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어 방송통신 업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2일 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아직 시장성에 확신이 없는 와이브로는 KT와 SK텔레콤이 공동으로 전국망을 구축해 초기에 망을 공동 사용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지원 없이는 방통위의 성장동력 사업을 업계가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방통위는 올 연말 와이브로에 010 이동전화 번호를 부여해 음성통화를 시작하고 오는 2012년에는 와이브로 휴대폰으로 TV까지 볼 수 있는 모바일IPTV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일단 오는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에서 10개국 정상들 앞에서 모바일 IPTV를 시연한 뒤 본격 사업화에 나선다는 것.

그러나 방통위의 이런 성장동력 사업 욕심을 따라잡기에 투자능력과 제반산업 여건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KT는 지난해 와이브로와 IPTV사업 적자만 5000억원이 넘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4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는 KT와 SK텔레콤 진영의 적자폭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IPTV용 프로그램을 사기 위해 지상파방송사들에 콘텐츠 비용과 프로그램 제작 펀드를 지원하는 비용을 합치면 적자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 계획대로 음성통화와 TV시청을 할 수 있도록 와이브로 망을 갖추려면 KT-SK텔레콤이 각각 2조원이 넘는 투자를 추가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두 회사가 개별적으로 와이브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와이브로 공동투자를 중재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와이브로 가입자는 2006년 상용화 후 3년간 17만명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폭발적 가입자 증가를 기대할 수 없으니 당분간 공동투자-망 공동사용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모바일IPTV는 정부가 앞당겨 사업화를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조차 적자에 시달려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데 모바일IPTV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DMB 산업은 물론 통신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져 국내 모바일TV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IPTV는 와이브로의 시장기반이 마련된 이후 부가서비스로 점차 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사항이다.


또 IPTV사업자들의 프로그램 구입비용도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지상파방송사들과 급하게 IPTV 프로그램 공급협상을 하는 바람에 KT와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이 각각 지상파방송 3사에 프로그램 제작펀드를 출연하기로 하는 등 과다한 비용협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TV 3사와 지상파방송 3사가 하나의 펀드를 조성해 범업계 차원의 방송 콘텐츠 제작지원에 나서고 정부도 방통위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효율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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