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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KT 속도경영 비결은? CEO ‘문자실력’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4 22:15

수정 2009.04.14 22:15



방송통신 업계의 시계바늘을 ‘광속(光速)’으로 돌리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방송통신업계 대표 최고경영자(CEO)인 이 회장과 정 사장의 속도경영이 성공하고 있는 배경에는 탄탄한 ‘문자 실력(?)’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지난 1월 이 회장과 정 사장 취임 이후 KT와 SK텔레콤 임원들은 불쑥불쑥 날아드는 CEO의 문자메시지에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전 같으면 CEO가 외부행사로 오래 자리를 비울 때면 임원들은 잠시 여유를 부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짱 엄지족’ CEO를 모시는 덕(?)에 한가로울 틈이 없는 것.

올해 우리나이로 65세인 이 회장은 그야말로 문자 마니아다. 주로 멀티문자메시지(MMS)로 보고받고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잦은 회의와 외부인사 면담 등으로 임원들을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이 회장은 400글자 넘는 장문 문자메시지를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한 임원은 “이 회장이 KT사장 내정자 시절부터 MMS로 보고를 받은 뒤 답변을 보내기까지 5분을 넘긴 일이 없는 걸로 안다”고 털어놨다.
MMS를 받아 읽어보고, 사안에 대한 고민과 판단, MMS작성 시간을 감안하면 가히 10대 엄지족이 ‘울고 갈’ 정도다. 일부에선 ‘MMS만 작성해 주는 비서가 따로 있지 않나’ 의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순간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스타일. 과거 SK텔레콤 무선인터넷 사업본부장 시절부터 아이디어가 많던 정 사장은 올해 사장으로 복귀한 뒤 각종 사업 구상을 문자메시지로 지시하고 있는 것.

SK텔레콤 한 임원은 “사장이 어떤 아이디어를 문자로 보낼지 모르기 때문에 특정단어를 지정해 스팸문자를 막아놓은 휴대폰 스팸신고는 모두 해제해야 했다”며 “한 임원이 스팸방지를 걸어놨다가 사장 문자가 모두 스팸문자함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본 이후 모든 임원이 급히 스팸신고를 해제했다”고 애피소드를 소개했다. 모 임원은 “우리나이 58세지만 20대 신입사원도 못 따라올 아이디어와 문자실력이 정 사장을 새롭게 보이도록 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국내 방송통신 시장의 대변혁을 몰고올 KT·KTF 합병, 신성장동력 찾기 같은 어려운 숙제들을 그야말로 ‘눈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처리해내고 있는 이 회장과 정 사장. 두 CEO를 만나 본 사람들은 “첨단 IT기술을 일반인들의 생활에 친숙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통신업체 CEO답게 새로운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익히고 활용하는 수준도 프로급”이라고 평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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