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FX마진거래 대박 노렸다가..개미 90%가 손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6 22:41

수정 2009.07.16 22:41



금융감독당국이 FX(외환) 마진거래에 관련된 단속과 감독 강화에 나선 것은 ‘투기성이 큰 고위험 거래’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감독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FX마진거래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40%가 3일 이내에 투자원금 부족으로 퇴출될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소위 ‘대박’을 노린 개인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농후해지고 있어서다.

실제 증권, 은행 등 금융권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 직군에 관계없이 FX마진거래를 부업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전업주부들도 FX마진거래에 나서고 있어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 증후군(신드롬)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제로금리 상태인 일본을 벗어나 해외로 투자기회를 찾아 나선 일본 주부들을 일컫는 단어로 이들이 즐겨 사용했던 투자방식이 FX마진거래다.


■개인투자자 90%가 손실

FX마진거래가 인기를 끈 것은 지난해 환율변동성이 커지면서부터다.

지난 2007년 거래액이 65조3815억원이던 FX마진은 지난해에는 무려 453조8244억원이나 거래됐다. 594%나 거래액이 증가했다.

감독당국에 따르면 FX마진거래의 99%(2009년 기준)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 계좌의 90% 이상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전체 손실액은 지난 2007년과 지난해 각각 118억원, 48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벌써 449억원에 달한다.

FX마진거래는 실제 거래대금의 2%인 증거금(마진)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환율변동이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1%만 움직이더라도 투자금의 50%가 날아가게 된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외환시장에 대한 지식이 기관 등 전문투자자보다 떨어지면서 대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체 계좌의 70% 정도가 유지증거금 미달로 15일 이내에 강제 반대매매가 행사됐으며 3일 이내에 반대매매된 경우도 40%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은 오는 9월부터 FX마진거래를 할 수 있는 증거금률을 현행 2%에서 5%로 올려 레버리지를 기존 50배에서 20배로 줄이기로 했다.

■FX마진 시장 위축될 것

이번 조치는 FX마진거래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투자자 교육이나 FX마진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떠나 감독당국 입장에서 규제만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의 증거금률이라면 통화선물 상품을 거래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FX마진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달러 선물의 경우 지난 2월 위탁증거금률을 4.5%, 유지증거금률을 3.0%로 낮춘 바 있다. 오히려 장내거래인 통화선물이 부담이 작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선물회사 관계자는 “소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치로 이제 막 활성화됐던 거래가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