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트위터 ‘이름 도둑’ 피해..“브랜드 등록 서두르는게 최선”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09 22:03

수정 2009.08.09 22:03



국내 사용자수가 늘면서 나타난 트위터의 ‘이름도둑’은 초기 인터넷 팽창기의 ‘사이버 스쿼팅’과 비슷한 양상이다. 사이버 스쿼팅이란 유명 브랜드나 인물의 인터넷 도메인을 선점해 놓고 이를 되찾으려는 기업이나 사람에게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

■“계정 찾고싶으면 연락하시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의 트위터 계정(twitter.com/interpark)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터파크는 아직 공식적으로 트위터에 가입하지 않았다. 인터파크의 트위터 계정으로 들어가 보면 계정 소유자가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적어놨다. “계정을 찾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최근 트위터에는 한 유명 그룹인 동방신기 멤버의 트위터가 화제를 낳고 있다.
그 트위터가 진짜 동방신기 멤버가 작성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미 445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에서는 계정 분쟁이 잦다. 미국의 한 유원지는 공원의 이름을 딴 트위터 계정과 연간 이용권을 맞바꿀 것을 제의하는 e메일을 받기도 했다.

단순한 금전 요구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 이름을 딴 계정을 이용해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정유회사 엑손모빌의 이름을 딴 계정을 이용해 악의적인 내용을 유포하다 정지된 트위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기 급상승에 따른 부작용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6월 한달 동안에만 트위터 사이트를 방문한 숫자는 58만7000명에 달했다. 지난 1월 트위터 방문자가 1만4000명에 불과했는데 5개월 만에 40배 넘게 늘어난 것. 이런 성장세를 타고 국내에서는 대형 일간신문사를 비롯해 삼성디지털이미징, 구글코리아, 컴투스 등 트위터를 홍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업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트위터에 마이크로 블로그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유명세를 타는 기업이나 사람의 이름은 누군가에 의해 선점당해 있는 게 현실이다. 트위터에서 ‘사이버 스쿼팅’이 판치고 있는 셈.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유명 트위터 계정인 ‘CNN 브레이크뉴스’가 CNN이 아니라 한 개인이 만든 것으로 드러나는 등 유명 브랜드의 트위터 계정을 선점하고 이를 기업이 비싼 값을 주고 인수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며 “국내에서도 충분히 그런 일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쟁조정 기준 없어 피해 커져

문제는 트위터 계정이 일반 인터넷 도메인과는 달리 분쟁조정의 기준이 없다는 것. 웹호스팅업체 후이즈의 정지훈 도메인사업부장은 “현행 국제법은 금전을 목적으로 한 도메인의 사이버스쿼팅에 대해서는 상표권 보유자의 우선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최근 나타난 트위터 계정 선점 현상에 이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계정이 선점당했을 때 국내 기업이나 유명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트위터 측에 해당 계정의 사용정지를 요청하는 것 뿐이다. 단 요구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해도 계정을 되찾는 것은 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트위터 측은 상표권을 가진 계정을 타인이 소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타인이 소유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아직 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기간이 길다는 게 이유다.

결국 트위터 계정을 선점당해 유명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피해를 보거나 기업이 브랜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트위터 계정을 등록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관련 트위터 계정을 여러개 등록해 놓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미국 항공사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AmericanAir’라는 사칭 트위터 계정을 찾아낸 후 지난 4월까지 회사와 관련된 트위터 계정을 수십개 등록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본사에서는 구글 서비스와 관련된 트위터 계정을 45개 이상 등록했다”고 말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