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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폰’ 개통 힘들다 힘들어..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30 22:40

수정 2009.08.30 22:40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아들이 일정기간 사용할 선불 휴대폰을 하나 마련하려다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학생인 박씨 아들이 이동통신업체 지점을 찾아 갔지만 부모와 함께 오거나 부모의 인감증명서·위임장 같은 복잡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서류 준비가 번거롭다고 판단한 박씨는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 개통키로 하고 대리점을 찾아 나섰으나 이번엔 선불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서울에 5∼6군데밖에 없는 지점에서나 선불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게 대리점의 설명이었다. 화가 난 박씨는 결국 선불폰 개통을 포기하고 말았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이동전화 요금인하 대책으로 선불 휴대폰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선불 휴대폰은 복잡한 개통절차와 유통망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불 휴대폰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개통절차를 간소화하고 유통망을 확충하는 등 제도 정비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선불 휴대폰 개통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게 문제다. 성인이 선불 휴대폰에 가입하려면 본인이 이동통신사 지점을 찾아 신분증을 제출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를 선불요금제에 가입시켜 주려면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다. 미성년자 자녀만 보내 가입시키려면 인감증명서와 부모의 동의서, 부모 신분증 사본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직접 이동통신사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직장에 다니는 부모에게는 여간 번거로운 절차가 아닐 수 없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한달간 이동전화를 사용한 뒤 후불로 요금을 내는 일반 휴대폰과 달리 선불 휴대폰은 요금을 미리 낸 만큼만 쓰는 것인데 복잡한 개통서류가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개통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했다.

여기다 선불 휴대폰을 가입하고 선불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유통 대리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 대리점들이 선불 휴대폰 사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판매를 꺼리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의 지점을 찾아가야 겨우 선불 휴대폰 개통이나 선불카드 충전을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선불 휴대폰은 지난 98년 국내에 선을 보인 후 지난해까지 10년이 지났지만 사용자는 93만여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2.1%에 불과한 실정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선불요금제의 본인확인 절차를 소홀히하면 이동전화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선불요금제는 미리 돈을 내고 쓴다는 점에서 가입 및 사용절차를 후불제에 비해 간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초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선불 휴대폰이 범죄나 음란산업에 잘못 활용된 사례가 있어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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