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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미루자”..보금자리주택,가을분양에 독?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31 22:59

수정 2009.08.31 22:59



서울 마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김모씨(42)는 당초 투자목적으로 사놓은 용산구 한남동 재개발 지분을 팔아 경기 용인 상현동 미분양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다. 용인 상현동 일대 아파트값을 꾸준히 확인해 온 터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수도권에 대규모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발표하자 계획을 수정했다. 입지도 서울과 가깝고 분양가도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된다는 데 굳이 서둘러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 매입해도 좋다고 권하겠지만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이 발표된 만큼 좀 미뤄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일단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이 발표된 후 해당 공급(예정)지역 주변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역에서만 연간 약 8만 가구의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는 마당에 굳이 매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 더 심화시킨다?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에는 최근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 발표로 인해 내집마련 계획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85㎡ 이하 중소형 주택 수요자들은 올해 가을 내집마련 계획을 미루고 보금자리주택에 ‘올 인’하겠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최근 웬만한 수요자들은 모두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하겠다는 분위기”라면서 “기존 주택 매매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가을 전세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엄청난 물량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들 주택의 주요 수요자들인 전세입자들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등 신규 아파트 매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시세에 비해 저렴하면서 좋은 입지의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된다는데 이들의 주요 수요층인 전세입자나 중소형 아파트 거주자들이 지금 내집마련에 적극 나설 필요는 없다”면서 “중소형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특히 전세입자들이 매매를 늦추면서 당분간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변시세 영향 지역마다 달라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면 주변 집값은 안정되기보다 오히려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저렴한 주택 공급으로 인근 지역 집값이 하락하는 효과보다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해당지역은 높은 시세차익을 얻고 주변지역은 인구유입, 도로, 학교 등 각종 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 주변 덕풍동과 서울 강남 세곡지구 주변, 경기 고양 원흥지구 주변 행신동 등에는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 후 현재까지 5∼10% 정도나 집값이 뛰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이미 보금자리주택 공급지로 선정된 인근 지역 아파트들은 여러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이 주변 집값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요가 부족한 일부 수도권 외곽지역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집값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대부분 지역은 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집값 하락보다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중 수요가 부족한 일부 지역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수요를 흡수해 주변 집값 을 끌어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사진설명=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시세의 50∼70% 수준인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서민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한 뒤 보금자리주택지구 예정지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대기수요'로 전환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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