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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일 안풀리고 업계 등돌리고 ‘사면초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06 22:18

수정 2009.09.06 22:18



방송통신위원회가 요즘 사면초가에 빠졌다. 하는 일마다 안 풀리는 건 물론이고 정책 대상인 통신업계마저 “방통위를 더 이상 못 믿겠다”며 등을 돌리고 있어 조직과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6일 정보기술(IT) 관련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방통위는 방송시장을 개편하겠다며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자 수와 합법적 지원정책 틀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특정 대형 언론사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예비 종편사업자들의 논리에 끌려다닌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합리적인 종편사업자 수와 지원내용, 확대될 방송 광고시장에 대한 데이터 등을 먼저 제시하고 알려주는 게 정책의 수순”이라며 “그래야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하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또 “현재의 종편사업자 선정은 제시된 정책틀이 없어 정부정책이 대형 언론사의 논리에 끌려다닌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 와중에 방통위의 대표적 방송산업 규제권한인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 인·허가권은 각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게 생겼다.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SO규제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하기로 의결했기 때문.

당초 방통위는 지방분권촉진위원회 및 행정안전부와 SO규제권을 지자체로 넘기지 않기로 협의하고 안심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SO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SO 관계자는 “방통위가 정부기관 간 정책협의에 실패하면서 SO들만 방통위와 지자체의 이중규제를 받게 생겼다”며 “방통위 정책 추진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통신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이동전화 요금정책을 놓고 정책추진 단계에서부터 숟가락을 얹기 시작한 것. 원래 요금정책은 통신산업 전문규제 정책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도 분리된 방통위의 고유 정책권한이다.

그런데도 최근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미래기획위원회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일찌감치 찍어 뒀던 와이브로(휴대인터넷)는 정부만 활성화 구호를 요란하게 외칠 뿐 정작 시장은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다.


특히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와이브로 전국망을 음성통화까지 가능하도록 촘촘히 구축해야 하는지, 무선인터넷용으로만 구축하면 되는지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방통위가 나서 와이브로 주파수 폭을 바꿔야 한다는 논란을 촉발하면서 통신업체들은 계획했던 투자마저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IT 분야 한 전문가는 “방통위 설립 초기 장기 정책비전과 세부 실행전략을 단계별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최근 방통위 정책이 잇따라 걸림돌에 부딪히는 것은 정책비전 부재가 빚어내는 당연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책비전을 재수립하고 방통위 전체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대외 정책조율과 집행기능을 높일 수 있도록 점검해야 방통위 정책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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