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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대북관광 재개 흑묘백묘식 접근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3 22:31

수정 2009.12.03 22:31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최근 북한의 관광사업 재개 협의제안을 북측의 공식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여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정부가 향후 ‘실용주의’ 기조에 맞춘 대북사업 해법을 모색해 줄 것을 희망했다.

조 사장은 3일 서울 계동 현대문화센터에서 ‘개성관광 2주년’을 맞아 열린 월례조회에서 200여명의 현대아산 서울사무소 임직원 앞에서 1시간 동안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북측 관광재개 요청, 공식제안 인정을

지난달 18일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은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관광 11주년 기념행사’ 등 관광사업 재개와 관련한 당국 간 협의를 제안했다. 조 사장은 “북측의 이 같은 제안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지만 통일부는 이를 정부 간 공식채널이 아닌 민간의 비공식채널을 통한 제의로만 간주,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남북 간 기싸움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흑묘백묘란 말처럼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고양이면 어떤가. 상황 돌파를 위해선 정부의 기조대로 실용주의적인 해법이 나와야 할 때”라며 우회적으로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꼬집었다.

아울러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에 대해 “북측의 전향적인 입장 및 관광지역 특성을 볼때 신변관련 문제의 재발여부는 현저히 낮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때 정부가 조사단을 파견, 개성관광 안전문제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현정은 회장의 방북으로 북한의 12·1 조치에 의한 통행금지 조치가 풀린 상황에서 더 이상 개성관광의 신변보장을 문제삼는 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사업 재개를 위해선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보장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최근 입장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올해 가기 전에 마지막 불씨 살려야

올해 현대아산은 대북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두번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뒤이어 지난달 18일 북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관광사업 재개 협의 요청이 그 것. 하지만 정부가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문제와 더불어 현대아산을 통한 북측의 사업재개 요청을 비공식 제의로 받아들이고 있어 상황이 꼬이고 있다.

현대아산으로선 지금까지 기회를 두 번이나 잡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가운데 올해가 지나간다면 사업 재개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 같은 절박한 상황을 대외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이날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공개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오는 8일 보스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에 기대를 갖고 해가 바뀌기 전 사업재개를 위한 마지막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조 사장은 내년도 사업 예상에 대해 “지난 2008년 금강산 사업 중단 이후 1000여명의 직원 중 700여명이 정리됐다”면서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직원들을 더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사업이 정상화돼 내보낸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는 게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기자

■사진설명=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3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문화센터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20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금강산·개성 관광사업 재개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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