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제약업계에도 하이브리드 바람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30 22:32

수정 2009.12.30 22:32



국내 제약업계에서 두개의 약물을 혼합해 편의성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복합제’ 개발이 한창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영업 경쟁과 정부의 보험약가 인하 정책으로 복제약(제네릭)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면서 복합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 치료 복합제 약발 받네

복합제의 활약은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0%이던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의 복합제 점유율은 현재 28.5%로 크게 증가했다.

대표주자는 한미약품이 심장과 혈관에 각각 작용하는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한미)과 코자(머크)를 합쳐 만든 아모잘탄이다. 아모잘탄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5개월 누계 매출액이 71억여원으로 연매출 100억원대를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의 탄생을 예고했다.


아모잘탄은 2011년부터 미국계 제약회사 머크사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6개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아·태 지역에서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의 세비카도 같은 기간 21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다. 세비카는 대웅제약과 일본의 다이이치산쿄가 공동판매하는 복합제로 고혈압 치료제인 암로디핀과 올메살탄을 하나로 묶은 복합제이다.

이와 함께 한올제약은 세계 최초로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틴과 암로디핀을 하나로 묶은 복합제 ‘HL-037’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기능성 복합제 ‘HL-037’의 임상 1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올제약은 이 밖에도 총 11종의 복합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복합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제네릭 이상의 가치

국내 제약사들이 복합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단기간에 저렴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복합제가 각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보다 임상학적 효과가 입증될 경우 개량신약에 준하는 보험약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 기존의 약물들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보험약가를 우대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내년 2월께 법령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합제는 혼합한 각각의 약물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예를 들면 100원짜리 약물과 200원짜리 약물을 혼합한 복합제는 200원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없다.


개정된 법령은 두 약물의 가격을 합친 것에 최대 90%까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했다. 즉 300원의 90%인 270원까지 약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에 대한 허가 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약물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제약회사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