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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지원센터 “지원요? 교육부터 받으세요!”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1 15:30

수정 2009.03.02 15:30



#1. 경기도에서 건축자재 유통업을 하는 B씨는 최근 지역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음식점업 교육을 받았다. 음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운전자금을 받기 위해서다. 운전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교육을 선택했던 것. 결국 자금지원 때문에 실제 경영에 필요치 않은 교육을 받은 셈이다.

#2. 서울 상수동 홍대 인근에서 ‘술집(BAR)’을 운영하는 C씨는 술집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창업자금은 물론 사채시장에서까지 자금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다. 정부에서 소기업·소상공인 신용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주점은 보증제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생계형 주점의 경우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를 증명하기 어려울 것 같아 포기했다.
결국 그는 주류도매업자로부터 해당 유통업자가 공급하는 주류만 유통하기로 하고 1000만원을 빌려 폐업을 막을 수 있었다.

정부가 각종 자영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전국 1800여개 소상공인 업체를 대상으로 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 체감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8.7로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 52.7에서 14.0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해 7월(51.0)보다도 12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자금 받으려 쓸모없는 강의 수강 속출

이처럼 체감경기가 악화되면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을 받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선 교육 후 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자금의 경우 각 지역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일정기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신청을 받기 시작한 후 이틀이면 정원이 초과되기 일쑤다.

B씨가 운전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실제로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을 이수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관련 교육을 받아야만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자금을 받기 위해 어떤 교육이든 받아야 하는 정책이 결국 B씨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을 받게 만든 것이다. B씨는 차라리 자금 지원 후 사후관리를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도 B씨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필요 없는 교육을 자금을 받기 위해 들어야 하는 것은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업종 종사자가 교육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을 낳는다”며 “차라리 자금과 교육을 분리하거나 관련 교육을 이수하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일간 최대 72시간 컨설팅을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에도 허점이 숨어 있다.

자영업자가 정부에 컨설턴트를 지정해 컨설팅을 받은 후 정부가 컨설턴트에게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는 자영업컨설팅 지원제도는 일부 자영업자들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이 일부 컨설턴트들에게 컨설팅은 받지 않고 자금을 받으면 자신에게 일부를 지급해 주는 조건으로 컨설턴트를 선임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그러나 자금 규모가 50만원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금지원 대상 확대 및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

창업자금을 지원받고자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는 이들 10명 중 3명은 자격요건 미달로 자금 지원이 어렵다. 이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8등급 이하로 300만∼500만원을 지원하는 저신용미등록사업자 특례보증 외에 자금을 받기 어렵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시에서는 마이크로크레디트제도와 서울희망드림뱅크를 통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1000만원, 15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경우 자활공동체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가구로만 자격을 제한해 신청 대상이 적다. 복지부는 올해부터는 영세자영업자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작은가게연구소 심상훈 소장은 “서울시의 희망드림뱅크가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안”이라며 “각 지자체 또는 정부에서 서울시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만 지원하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2008년 프랜차이즈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본부 수 2426개, 가맹점 수 25만7274개에 달한다. 본사 1개사당 평균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본사에 대한 지원정책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체인정보 박원휴 소장은 “경제 위기에서 직장 밖으려 내몰린 이들을 수용하는 창구로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이 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의 창업투자회사 및 조합의 투자 대상 허용업종을 제한업종인 음식점업까지 허용하겠다는 입법예고가 국회에서 보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사 하나가 망하면 100개 자영업자가 동반 부도날 수 있기 때문에 본사에 대한 투자 확대로 동반 몰락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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