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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성장과 진출전략] “눈 높아진 中..품질·브랜드 갖춰야 통한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8 20:35

수정 2009.05.28 20:35



‘중국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꼭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미국 등 선진국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동안 중국은 경기부양을 통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부양을 위해 4조위안(약 5860억달러)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내수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에 중국의 내수시장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정만기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 중국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우리 기업의 진출 전략을 짚어본다.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한다면.

▲이 연구위원=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소비재를 생산해 중국에 직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것은 아니다. 앞으로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에서 중국으로 소비재나 완제품을 수출하기는 어렵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내수시장 판매 물량을 늘리면 거기에 필요한 부품소재가 더 수출되거나 중국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중국기업들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할 확률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박 연구위원=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으로 내수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정 무역정책관=오는 2025년이면 중국 소비시장은 독일을 제치고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될 전망이다. 2700만가구, 약 1억명이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15년 중국의 수입시장 규모가 3조9135억달러로 전세계 수입의 15.2%를 차지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이 연구위원=우리나라가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자가용 대중화와 함께 내수시장이 활성화된 것처럼 지금 중국도 자가용 대중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내수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2006년 9586억달러로 1조달러에도 못 미쳤으나 지난해에는 1조5611억달러로 해마다 3000억달러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 자가용 시대가 되면 중국의 소비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자가용을 갖고 대형 편의점에서 쇼핑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최근 우리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주춤하고 있는데.

▲정 무역정책관=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 규모는 2007년까지 급속히 증가하다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1·4분기까지 4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산업고도화 전략에 따른 투자환경 악화, 경제회복 지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대외수요 감소로 인한 중국의 가공수출 둔화,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해 기존 ‘선별적 유치’에서 최근에는 규제완화로 바뀌고 있어 대중 투자 감소세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

▲이 연구위원=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7년간 한국의 대중 투자와 수출 간의 상관계수는 0.91로 아주 높다. 다시 말해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상당 부분의 부품과 소재를 한국으로부터 조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국 투자의 감소는 향후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지난 2002년 이후 대중 투자가 감소하면서 대중 수출 증가율도 함께 둔화돼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박 연구위원=현재 중국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삼성전자의 TV와 노트북 등 주로 대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진출한 중소기업의 액세서리, 봉제업 등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이들 업종은 10개 업체 중 8∼9개는 사업을 접어야 할 단계에 있다.

▲이 연구위원=한국이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품목들은 단연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전자 부품들을 꼽을 수 있다. 합성수지, 합섬원료 등 석유화학 소재도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 최종재 중에서는 휴대폰과 승용차가 일본과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이 연구위원=우리가 중국 수입시장에서 일본 다음의 2대 수입국이 된 것은 중국의 수출주도형 정책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통해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바이오(BT)·환경·에너지 등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들 산업 중 우리가 비교우위가 있는 업종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중국이 앞으로 필요로 하는 부품과 소재를 미리 준비하자는 뜻이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는 반도체와 LCD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정 무역정책관=2006년부터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를 기조로 내걸고, 에너지절약을 국책기조로 삼는 등 환경보호 및 에너지절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쓰레기 소각설비 등 오염처리 설비, 대기오염 감시측정기 등 관련 기기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또 다롄 등 지방정부들은 친환경 차량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여서 친환경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업도 유망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다. 중산층 이상 소비계층의 구매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랜저급의 대형 고급차량, 프라다폰 같은 명품휴대폰 등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선결과제는.

▲박 연구위원=중국의 고급 소비자 계층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재, 부품·소재 분야는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중국기업의 추격에 앞서 가야 한다. 이들 분야에서는 중국 내수시장 개척보다 제품의 기술혁신이 더 중요하다. 중국기업 역시 한국보다 좋은 자본재, 부품, 소재에 대한 정보를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무역정책관=2003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락앤락의 예를 들어보죠. 이 회사는 한국산 플라스틱 용기의 친환경·고품질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고급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중국 진출 직후부터 온·오프라인 홍보채널을 활용해 전방위적인 광고를 추진해 단기간 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 지금은 중국 식품용기시장에서 브랜드 순위 평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베이징·상하이에 이어 웨이하이·칭다오 등 중형 도시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연구위원=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브랜드라고 본다. 중국 소비자들이 저렴한 중국산을 놔두고 고가의 한국산을 소비하려면 그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유통거점 확보다. 중국에서 제조는 쉽지만 판매는 쉽지 않다. 이미 중국에서 유통망을 확보한 중국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백화점·편의점·홈쇼핑 등 우리 유통업체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세 번째는 애프터서비스(AS)다. 중국에 생산거점이 있는 기업은 AS에 문제가 없겠지만 한국에서 중국에 직수출하는 소비재들은 AS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중국 진출 전에 기업 차원의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정 무역정책관=최근 금융사정 악화로 외상거래를 요구하는 중국 바이어가 늘고 있다.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중국 바이어에 대한 신인도 조사와 함께 수출보험 등의 안전장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위원=실제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 시 기업들이 가장 빈번하게 부닥치는 일이 중국업체와의 외상거래다. 사실 중국업체들은 외상거래가 일상화돼 있다. 중국업체들끼리는 상호간 신용도 파악이 쉽지만 우리 업체는 중국업체의 신용도 파악이 어렵다. 외상을 안 하면 판매를 못하고, 외상을 주면 대금을 못 받기가 쉽다.
이에 따라 대책이 절실하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신용도 파악이 힘드니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양국 정부가 협력해 양국 기업들의 신용도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별취재팀=김홍재 팀장 이경호 차장 윤정남 윤경현 박인옥 강두순 유현희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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