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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프렌들리] ⑥ 말많은 방문판매법 개정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22 16:38

수정 2014.11.05 11:19



지난 2003년 전면 개정됐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6년 만에 재개정을 앞두고 있다. 방판법 개정은 논의의 출발인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지난해 본격화된 개정 작업은 사실상 다단계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 등록은 방문판매업으로 하는 이른바 ‘무늬만 방판’에 대한 관리가 주목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가 거의 없는 화장품 등의 방판 등에 대한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진데다 규제를 하더라고 그 대상과 범위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진통을 겪었다.

결국 국회의원간 의견 차이로 입법이 지연되면서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과정에서 ‘MB정부’ 출범과 함께 MB노믹스의 친시장 정책에 따른 규제완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방판법만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에 보완작업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6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규제강화에 무게가 실려 이번에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7월 14일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 17대 국회에서 방판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자유선진당의 박상돈 의원도 지난 8월 5일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방판법 개정의 핵심인 ‘방문판매와 다단계 정의’ 부문이다.

‘신방판 등에 내재한 사행성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과 ‘법 개정이 방문판매를 다단계판매로 편입하는 다단계 시장 확대가 아니라 소비자 피해 예방과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법개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개정안이 규제 완화보다는 더 확대되는 양상으로 전개되자 법 개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방판법 개정이 국회 통과는 물론 이후 시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번 방판법 개정이 직접판매 업계 발전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일단 정부안은 제2조(정의) 제5호 다단계판매의 정의에서 ‘소비자’ 부분을 삭제했다.

‘소비자’ 부분을 삭제함에 따라 지난 9월 대법원이 방문판매와 다단계 판매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던 ‘판매원=소비자’ 공식을 불성립시켜 방문판매의 기존 영업방식도 다단계 판매로 간주된다.

여기에 김 의원의 법안은 순수방판을 제외하고 ‘무늬만 방판’은 모두 다단계로 규정한다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사실상 인적단계 1단계(회사→판매원)인 순수방판을 제외한 신방판 등을 다단계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안이나 김 의원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기존 방문판매의 상당수 영업방식도 다단계 판매의 범주에 포함될 전망으로 방문판매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른바 ‘무늬만 방판’을 다단계로 등록시켜 공제조합과 공제계약을 체결토록 함으로써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판업계는 다단계 정의를 다분히 형식적 단계에만 치중, 폭넓게 정의함으로써 과잉규제가 이루어질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법의 목적인 소비자 보호를 실현하는 데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비자 피해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는 데도 다단계로 등록해야 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판매원의 인적 단계와 상관없이 후원수당 지급단계가 2단계 이상이면 다단계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안이나 김 의원의 법안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단계 판매의 경우 후원수당을 목적으로 조직을 하방으로 확대하는 데 따른 소비자 피해의 확산 가능성을 이유로 규제된 것과 달리 방문판매원은 조직 확대보다는 소매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좌우하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수당지급단계를 기준으로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구분지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즉 다단계와 방문판매 거래의 실제를 반영하고 가능한 한 시장원리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 불법 피라미드 업체의 기준부터 정하고 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면 방문판매업체를 다단계업체로 무리하게 포섭할 필요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건전한 다단계 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 방판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판법 개정은 다단계, 방문판매의 정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특히 공정위는 인적단계가 3단계 이상이면 다단계로 간주하는 것이 기본 자세이고 방판업체는 정반대 입장으로 중재안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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