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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Money?] 올 추석이 두려운 5가지 이유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23 18:30

수정 2014.11.05 13:01

'여름휴가 끝난 지 언제라고 벌써 추석? 날도 아직 더운데….'

앞으로 2주 남짓이면 추석(9월 12일) 연휴가 시작된다. 지난 2003년 9월 11일 이후 가장 이른 추석이다.

오곡백과가 익기도 전에 찾아온 이른 추석엔 제상 차리기가 무섭다. 전반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이상기온에다 계절이 일러 햇과일 등의 식료품 값도 많이 올라서다. 날이 더워 한복 입기도 불편하고 음식도 쉽게 상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얼마 전 휴가비 지출로 버거워진 가계 형편 때문에 고향길도 반갑지만은 않다.
서민에게 올 추석은 5가지 악재가 겹쳐 즐겁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차례상 비용 10.3% 증가

올해에는 이른 추석으로 한가위 차례상 차리기가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결과 4인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20만145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추석이 이를수록 식료품 공급이 부족해 물가는 고공 행진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9월 중순 추석이던 2005년 차례상 비용은 13만4600원. 이에 비해 20일 정도 추석이 늦었던 2006년에는 전년 대비 15.9% 감소한 11만6800원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가 올해와 비슷했던 2008년에는 전년 대비 11.6% 상승한 15만3500원을 기록했다. 농업관측센터 조사에 따르면 오른 물가에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선물 구입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41%로 늘리겠다는 응답(35%)보다 많았다.

■한가위 보릿고개

여름휴가와 추석이 잇따라 찾아오는 '한가위 보릿고개'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근로자 평균 휴가비는 50만원이지만 실제 지출은 69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계획했던 휴가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8월 여름휴가 때 사용한 신용카드 비용은 대부분 9월에 청구되기 때문에 추석 기간 살림살이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경기회복에 따른 여행일수 증가와 물가상승 때문에 추석비용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이 네티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추석 준비비용 조달계획으로 '주식, 펀드, 적금 등 비상금을 푼다'가 34%로 가장 많았고 여름휴가를 포기한다(25%)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설익은 과일과 쌀

이른 추석과 올여름 기상 악화로 햇과일과 햅쌀 등이 차례상에 오르기 힘들게 됐다.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과일의 8∼9월 출하량이 평소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과는 지난해보다 10일이나 이른 추석으로 인해 9월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 적은 6만9000t가량에 머물 것으로 농업관측센터는 예상했다. 포도 생산량도 개화기 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지난해보다 11% 감소하고 단감도 추석 때에는 미숙과가 많을 것으로 센터는 예측했다.

과일뿐 아니라 햅쌀도 이번 차례상에서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잦은 강우로 일조량이 부족해 출수기가 늦어지며 9월이 넘어야 벼 베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추석에 출하되는 햅쌀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6∼7만t으로 추정했다.

■고온다습한 기온

기상청에 따르면 9월 날씨는 평년에 비해 덥고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추석 연휴에 쉽게 지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10년(2001∼2010년) 동안 추석 연휴 평균기온(서울 기준)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9월 하순과 10월 추석은 각 19.9도, 18.1도였지만 9월 중순엔 23도를 기록했다. 올해처럼 9월 초 추석과 하순 추석의 온도 차이는 3.9도, 10월 추석과는 4.9도의 온도차가 발생한 것이다.

30년 전 이상 고온현상으로 여겨지던 날씨도 2000년대 들어서는 일상이 됐다. 1970년대 추석 중 최고기온은 26.7도(1978년)였지만 2005년(27.2도), 2006년(26.7도), 2007년(27.7도), 2008년(30.2도) 등 2000년 들어 4회나 이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른 추석에는 기온이 높다 보니 식중독 위험도 높아지고 자외선 수치도 높아 성묘를 갈 때 피부노출도 신경써야 한다.

■고유가와 짧은 연휴, 힘든 고향길

추석 귀성길을 떠나는 운전자들의 마음은 무겁다. 최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초고유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월 3주 주유소 평균가격(서울기준)은 ℓ당 2254원. 현대차 쏘나타(2.0 가솔린 엔진)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과 부산을 왕복(834.8㎞)할 경우 공인연비(ℓ당 13㎞·자동변속기 기준)만 따져도 64.2ℓ, 14만4700원이 든다. 그러나 실제 연비와 교통정체에 따른 공회전, 여름 추석 에어컨 가동 등을 따져보면 기름값만 20만원이 넘게 들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번 추석은 월요일이기 때문에 이튿날인 화요일에 귀경차량이 몰려 극심한 차량정체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khchoi@fnnews.com최경환 노현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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