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이슈가 Money?] 지하철역 따라 바뀌는 경제지형도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26 17:38

수정 2011.10.26 17:38

서울 지하철 38년.

지난 1974년 8월 15일 1호선 개통으로 시작된 지하철의 역사 속에서 우리 생활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것 중 하나는 역세권의 등장이다.

서울역∼청량리 7.8㎞ 구간의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사는 시작됐다. 1974년 당시는 지하철역이 10개에 불과했기 때문에 역세권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 그러나 1990년대 도시계획이 도입되면서 역세권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이후 38년 동안 지하철은 9개 노선으로 늘었고 317㎞ 거리에 297개역이 서울시내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년이면 서울 지하철역은 359개로 늘어난다. 역세권의 범위는 통상 역에서 반경 400∼500m 정도. 지하철역 사이 평균 거리가 800∼1000m 정도이니 서울시내 전체가 역세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역세권의 경제·상업적 가치는 퇴색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역세권의 출구에 따라서도 상권이 차이가 나는 치열한 생업의 현장에서는 지하철역의 작은 변화조차도 큰 다툼이 되기도 한다. 노선 신설로 환승역이 늘어나면서 지하철 역사는 더욱 복잡해져 출구 번호를 놓고 혼란을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강남역의 경우 신분당선 출발역이 되면서 4개의 출구가 신설돼 기존 역사의 출구번호가 바뀌었다. 문제는 출구번호가 이미 고유명사화되거나 만남의 장소로 각인돼 상권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는 데 있다. 강남역 6번출구는 가장 번화하고 유망한 상권이 형성돼 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출구번호가 10번으로 바뀌었다. 신분당선 개설로 새로 생긴 출구 4개에 3∼6번이 부여되면서 기존 강남역 출구 3번부터는 4자리씩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또 홍대입구역도 공항철도가 개설돼 4, 5번이 각 8, 9번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이곳 출구가 상가밀집 지역으로 통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역시 홍대입구역 5번 출구도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다. 노선이 신설되면 환승역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진통을 겪는다. 주변 상가들은 가게 홍보와 위치 설명의 어려움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을 반기지 않고 있다. 또 역의 구조에 따라 유동인구의 흐름이 바뀌어 상권이 변할 가능성도 있어 역세권의 신설 노선은 지역 경제에 초미의 관심사다.

부동산114 임병철 과장은 "출구별 유동인구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역세권 상권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새로운 노선이 생기고 출구도 새로 개설되면 유동인구의 패턴 자체가 변할 수 있어 상권 변화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면 그만큼 부동산투자 가치가 올라간다. 그러나 역세권이라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다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역세권 토지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지인은 서울∼수원 수도권 전철이 충남 천안과 온양온천까지 연장되면서 역세권 개발로 땅값이 오를 것이라고 김모씨를 꼬드겼다. 김씨는 그러나 왠지 미심쩍어 투자를 포기했다.
임 과장은 "역세권이라고 해도 지역마다 상권이 다르고 유동인구도 달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며 "출퇴근 중심의 역세권이라면 그에 맞는 업종과 배후 단지의 규모 등을 잘 고려하고 직접 답사를 통해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사진설명=매주 화∼목요일 '장터열차'가 열리는 서울 청담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품질을 보증하는 농·특산물을 농민들이 직접 판매한다.
장터열차를 찾은 시민들에게 한 농민이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의 시식을 권하고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