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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유럽시장 질주.. 佛 르노 제쳐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2 05:35

수정 2010.01.11 22:52



【이스탄불(터키)=조영신기자】지난해 6월 10일 자정을 갓넘긴 0시10분 터키 데린제 항. 현대자동차 터키 현지법인(HAOS) 소속 직원들이 터키 세관원와 함께 데린제 항에 도착했다. 다른 HAOS 직원들은 이미 도착해 한밤중에 서류를 정리하며 세관원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관원이 도착하자마자 HAOS 직원들은 사전인증절차(TSE)를 끝낸 서류를 그에게 넘기며 조금 전에 도착한 선박(카 캐리어)으로 이동했다.

이날 밤 선박에서 내린 물건은 현대차 ‘i10’ 496대와 ‘i20’ 723대. 불과 1시간만인 새벽 1시15분께 하역절차가 마무리됐다. 선박에서 하역된 자동차 1219대는 모두 현대차 터키공장 보세구역으로 옮겨졌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정식 통관절차는 낮 12시쯤 끝나 수입된 자동차는 터키 각 지역에 있는 대리점으로 배송됐다.
통상 5∼7일 정도 걸리는 통관절차를 만 하루만에 모두 끝낸 것이다.

현대차 HAOS 직원들이 한밤중에 ‘007 작전’을 방불케 하며 전격적으로 통관절차를 끝낸 것은 터키의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조치(37%→17%)가 6월 15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밟을 경우 현대차를 주문한 계약자들은 세금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차 터키 직원들이 한밤중에 특급 수송작전을 펼친 것이다.

엄광흠 현대차 HAOS 법인장은 “그날 작전에 참가한 직원만 무려 200명이며 트럭 150대가 한꺼번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작전 성공으로 현대차를 주문한 1219명은 모두 세금 혜택를 받았고 고객 모두 큰 만족을 표명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차 터키법인이 판매 총력전을 펼친 결과, 현대차는 지난해 터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16.4%)를 차지했다. 터키 내수시장에서 총 6만645대를 판매해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기업을 모두 누른 것. 현대차가 유럽 단일국가에서 연간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1977년 유럽에 포니 300대를 수출한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지난 11년간 터키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프랑스 르노자동차를 제쳐 그 의미가 크다.

터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엑센트(한국명 베르나). 엑센트는 터키 이즈밋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자동차로 지난해 모두 3만2968대가 판매됐다. 여기에 ‘i10’, ‘i20’, ‘겟츠(한국명 클릭)’, ‘라비타’ 등도 터키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엄 법인장은 “터키 현지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딜러 사장이 직접 찾아와 현대차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며 “터키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터키 시장 1위를 차지했던 르노자동차의 회장과 사장도 HAOS를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현대차에 대한 경쟁업체의 견제와 연구가 심하지만 제품경쟁력이 있고 마케팅 또한 독창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경쟁업체들이 현대차를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터키법인은 그동안 생산해 온 라비타를 단종하는 대신 오는 5월부터는 ‘i20’을 현지생산할 예정이다.


/fncho@fnnews.com

■사진설명=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터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1위에 올랐다. 지난 1977년 유럽에 포니 300대를 처음 수출한 이후 유럽국가에서 현대차가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터키 이즈미트시에 위치한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근로자가 터키 베스트셀러카 엑센트(한국명 베르나)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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