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소득 있다면 한푼이라도 세금 내야”.. 국민 부담 커질 듯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24 04:15

수정 2014.11.04 17:08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소득 있다면 한푼이라도 세금 내야”.. 국민 부담 커질 듯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3일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에 따르면 앞으로 소득세 감면범위가 축소되고 부가가치세 과세범위가 확대돼 국민들의 세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율인상이나 세목조정 등 직접적인 증세방법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세부담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정부에서 0%였던 조세부담률 인상폭은 1% 전후가 될 전망이다.


■소득세 면세 축소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제시한 조세제도 개편 방안의 주요 내용은 소득세 면세자 축소, 과표 양성화를 통해 소득이 있다면 한 푼이라도 세금을 내는 '국민 개세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 공제.감면이 많아 과세자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고 과세 기반이 약하다. 실제로 2011년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중 과세미달자 비중은 36.1%에 달한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근로자 소득공제는 세액공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소득공제란 총급여에서 일부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빼주고 과세표준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단계적 세율을 곱해 세금을 물린다.

이와 달리 세액공제란 과세소득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액을 산출하고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연봉이 5000만원인 회사원의 경우 5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450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세금을 매기지만 세액공제는 500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일부 세액을 정액으로 빼준다.

소득공제는 공제항목의 지출이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데 비해 세액공제는 산출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해줘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만일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할 경우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과세형평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 연구위원은 소득공제 항목 중 특히 의료비, 교육비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장려세제와 다자녀 추가공제 등을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부가가치세 적용범위 확대

부가가치세 적용범위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보험 서비스와 의료보건 서비스 가운데 비과세됐던 부분이 과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면세 대상은 사실상 모든 금융.보험 서비스다.

예를 들어 은행 마감 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송금할 때 내는 500~1300원의 수수료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는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장당 1000원의 수수료나, 거래명세서 등 증명서 발급에 건당 2000원을 내는 등 각종 금융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증권사의 재테크 상담이나 투자자문 서비스,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수령할 때도 부가세는 붙지 않는다.

의료보건 서비스에도 부가세 과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쌍꺼풀수술, 코성형수술, 유방확대.축소술, 지방흡입술, 주름살제거술을 제외하고는 의료 서비스에 부가세가 면세된다. 침구사, 안마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또는 치과위생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장의사의 장례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치아교정 등도 세제혜택을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입시학원, 보습학원 등 사교육 시장과 자동차운전학원, 무도(댄스)학원 등 교육 분야로도 과세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명박정부에서 제로였던 조세부담률은 소득세.부가가치세 인상 등에 따라 1%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큰 방향에는 공감

이날 공청회 패널 토론에 참석한 조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세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세목별 조정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안 연구위원이 제시한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축소 및 세율인상 방안은 조기 착수해야 한다"면서 "다만 상속증여세와 관련해서는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 등을 고려해 무조건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완화나 폐지까지 생각하면서 심층연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기본적인 비용을 감면해 주는 것이 소득공제의 취지이기 때문에 근로소득 4500만원 이상에 대한 5% 소득공제는 없애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개인소득세는 3억원 이상에 대해 38%를 부과하는 것을 1억5000만원에 대해 40% 부과하는 등 세율을 올리고 과표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현재 근로소득자의 경우 유리알 지갑이라고 얘기할 정도"라며 "반면 사업소득, 특히 자본소득 세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