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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6) 교민이 말하는 한류 쇠퇴 원인은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07 17:12

수정 2014.10.24 15:51

[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6) 교민이 말하는 한류 쇠퇴 원인은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한류' 열풍의 진원지 이미지가 강하다.

'겨울연가' 방영 이후 배용준을 보기 위해 공항을 가득 메웠던 여성 팬들의 모습은

한국의 미디어들이 한류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사용하는 장면이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여전히 한류가 건재하다고 말하지만 여러 연구와 조사자료들은 일본 내 한류 열기가 명백히 사그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본에 거주하면서 직접적으로 한류의 인기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교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 도쿄에 거주한 지 10년째 된다는 이동현씨(38)는 "4~5년 전이 한류 현상의 절정기였다면 지금은 상당히 꺾인 느낌"이라고 얘기했다.

예전에는 평일 황금시간대에 하는 음악방송에서 한국출신 가수들인

소녀시대, 투애니원, 카라, 빅뱅, 티아라 등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침정보 프로그램에서도 카라의 해체 소식이나 한류 스타의 결혼 소식 등

한류 스타에 대한 뉴스를 빈번하게 다뤘었는데 지금은 정말 농담처럼 모두 사라졌다"며 "한마디로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이동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도쿄에서 한류의 성지로 불리는 신오쿠보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평일에도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거리고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썰렁하다고 한다.

일본에서 8년째 유학생활 중인 오모씨(30)는 "일본 내에서 한류는 분명히 차갑게 식고 있다"며

"최근 신오쿠보에 있는 한류 백화점이 도산한 사건이 이런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류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한국 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일본 내에서 컸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고 한다.

오씨는 "한류가 성했던 시기에는 방송광고에서 막걸리 선전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요즘에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가 한국상품에 관심을 갖게 하는 촉매제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품질 때문에 반짝 인기를 끌다가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대체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류의 인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교민들은 정치·사회적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오씨는 "한국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한류 스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이란 나라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궁금해하게 되고,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독도(다케시마) 문제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된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을 앞세운 상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팬미팅 티켓이 2만엔이나 하고,

일본팬을 위한 팬미팅을 서울에서 개최하면서 비용을 20만엔이나 받는 등 상술이 지나치다"며

"일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들이 한국 연예기획사의 현금지급기가 된 기분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김홍재 특파원 최경환 안승현 박소연 김용훈 연지안 조지민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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