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서 중립만 지킬 수는 없었다”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9 17:16

수정 2014.10.23 23:32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에게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에 대해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교황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대답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 물음에 대해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에 머무르는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다. 귀국 길에 오르는 순간에도 리본은 교황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교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 품위를 잃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인간적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남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인 만큼 희망이 있다는 기대를 표했다. 이어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하며 예정에 없던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교황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중국과도 적극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교황은 "내게 중국에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당연하다. 내일이라도 가겠다'이다"라며 "교황청은 중국 국민을 존경한다.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원할 뿐 다른 어떤 조건도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스페인어 실력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말했다"며 극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4일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날 당시 박 대통령은 남북 통일에 관해 얘기하면서 스페인어로 "희망을 결코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교황은 전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모국어는 스페인어이고 이탈리아어와 독일어에도 능통하다.

이날 교황의 방한 결산 기자회견은 한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교황은 다음 달 21일 당일 일정으로 알바니아를 방문하고 내년 1월에는 필리핀과 스리랑카, 9월에는 미국을 각각 찾을 예정이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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