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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화관법에 관한 오해와 진실] 위해성 적은 품목·제한적 용도 등엔 면제규정 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7 04:26

수정 2014.11.03 18:03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안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재계의 하소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재계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의 무분별한 국내 진입을 막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화학물질 등록면제 존재

26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우선 화평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은 연간 사용량 100㎏ 미만의 소량 신규화학물질과 조사.연구개발 목적인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등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등록을 면제하는 예외조항이 있었지만 개정안에서 그것을 삭제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 평가한 뒤 그 결과 매번 정부에 보고해야 하고 위해물질로 판정날 경우 더 이상 사용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등록 및 평가에 평균 10개월이나 소요되기 때문에 제품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걱정한다.

그러나 화평법에는 전량 수출하기 위해 연간 10t 이하로 제조.수입되는 화학물질 등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해 환경부장관이 확인하면 등록을 면제한다. 해당 물질은 일부 등록 자료도 제출을 면제해 준다. 쉽게 말해 면제조항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화학물질 안정성이 크거나 일부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되는 등 노출 시 위해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는 등록을 면제해준다. 환경부는 연구개발(R&D)용일 경우 등록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고려 중이다.

기간도 평균 10개월이 걸리지도 않는다. 화평법은 13조를 통해 심사.평가와 상관없이 등록여부만 통지받으면 제조.수입 가능하다고 돼 있다. 등록여부는 등록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결정.통지할 수 있도록 환경부령에서 정할 계획이다. 즉 한 달이면 화학물질을 수입.제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량 화학물질은 등록 때 자료 제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간은 더욱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위해물질이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위해성 정도, 사회.경제적 영향, 대체물질 여부 등을 사전에 따져본 뒤 취급자나 국민생활 노출 위해성이 큰 물질에 대해서만 일정 용도에서 제한.금지한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다. 영업비밀의 정보제공 또는 공개의무로 인해 국내 기술이 해외 경쟁업체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기업이 우려하는 '혼합비율'은 정보제공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용량은 공정별 취급이 아니라 업체별 총량을 제공한다. 오히려 산업계에선 일부 외국계 화학업체의 불순한 목적을 의심하고 있다. 화평법이 본격 적용될 경우 우리나라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 법인을 통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징금 '매출액의 5%'는 과장

화관법은 화학물질 유출 시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단일 사업장 2.5%)를 내야 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 부분 역시 사실과 차이가 있다. 단순히 화학사고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영업정지 최대 6개월 내지 매출액 대비 5%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다. 위반행위의 종류 등에 따른 과징금의 부과기준은 하위법령에서 따로 정한다. 그러나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벌칙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시 말해 화학물질을 유출했더라도 '실수'로 인정되면 계도·경고에 그친다.

다만 고의·악의적이어서 사고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범죄가 명백하거나 구미 불산 가스 누출사고처럼 수십명의 사상자와 수백억원의 피해액을 냈을 경우에는 사실상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최대 벌칙인 영업정지 6개월 또는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학물질 관리는 징벌이 아닌 사고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일률적으로 5%가 적용되는 게 아니라 책임에 비례해 처분이 설정된다"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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