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생생 정치 인사이드] 선거 로고송 ‘반값 세일’..유세차량도 계약 줄연기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6 17:11

수정 2014.05.06 17:11

"너덧곡 주문하시던 분들이 두 곡, 세 곡으로 줄였다. 단가도 기존보다 낮은 곡으로 주문하고 트로트보다는 가족적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동요 위주로 고른다."(S 로고송 제작업체)

"이전 선거 때보다 주문물량이 확실히 줄었다. 사고 이후 추가 주문건수가 하나도 없다. 이미 진행되던 것들도 다 중단하고 보류해 둔 상태다."(J 인쇄업체)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6·4 지방선거 관련 업계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애도 분위기 속에 선거운동의 핵심인 인쇄물, 유세차량, 로고송 업계가 선거캠프와의 계약 지연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이다. 물론 선거 활동이 본격화되는 이달 중순 전후로 밀렸던 계약이 속속 성사되겠지만 예년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게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정치권 및 업계에 따르면 여야 모두 가시적 선거운동을 자제토록 방침을 내린 상황에서 후보는 물론 각종 선거용품을 지원하는 업체들은 이른바 '조용한 선거' 기조에 따르는 분위기다. 실제 6·4 지방선거를 한 달도 채 안 남긴 거리에는 차량유세나 출퇴근길 인사가 실종됐고 후보들은 당원.대의원과 일대일로 만나거나 애도성 문자메시지로 여론조사 시 지지를 호소하는 수준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파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로고송 제작업체다.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격인 로고송은 예년과 다르게 소위 '싼값'의 곡들이 주문목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업체 관계자는 "'사랑의 밧데리'와 같은 트로트는 꾸준히 잘 나가긴 하지만 '우리모두 다같이' '곰 세마리' 등의 동요를 고르는 후보도 많다"고 말했다. 보통 곡당 100만원 선인데 여객선 침몰사고 이후 50만~70만원 선으로 끊고 있다고 해당 관계자는 전했다.

B업체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선 저작권료는 별도로 하고 대략적인 로고송 제작비용을 곡당 50만원 선으로 잡아놓고 있다"면서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보니 업체들도 제작비용을 줄이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실제 B 업체가 제시한 시·군·구의원 대상 선거로고송 견적서에 따르면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곤드레만드레(박현빈)' '어머나(장윤정)' '무조건(박상철)' '뿐이고(구윤)' '빙고(거북이)' '슈퍼맨(노라조)' 등의 노래들은 작곡·작사가에게 지불하는 저작인격권료를 제외하곤 일괄 5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지면 홍보물 또는 명함을 제작하는 인쇄업체와 홍보동영상 등을 탑재한 선거유세차량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가장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선거유세차량 업계의 경우 계약이 미뤄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세차량을 만드는 S업체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20일까지 계약을 마치고 차량 제작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당내 경선 및 공천 작업이 늦어지면서 계약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을 제작하는 데 1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며칠 새 주문이 밀려들 수 있어 미리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는 도박에 가까운 격"이라고 토로했다. J 인쇄업체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추가 주문건수가 하나도 없고 심지어 이미 진행되던 것들도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선거관련 업계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22일 이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막상 선거에 임박하면 모든 후보가 사활을 걸고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세차량을 제작하는 A업체 관계자는 "차량 규모를 축소하는 경향은 있으나 (차량을 사용)하는 사람은 다 한다"면서 "(주문량이) 줄어봤자 예년보다 10~20%"라고 말했다. 로고송을 제작하는 S업체도 "선거철이 되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상대 후보가 신나는 노래를 틀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진영이 묻힐 수 있기 때문에 당락이 좌우되는 만큼 후보들이 (신나는 노래까지) 모든 준비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 인쇄사도 "아직 본선에 들어가기 전이라 지난 지방선거보다 (주문량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조지민 정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