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영란법 발의자 “입법보다 인식 개혁이 더 중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6 17:51

수정 2014.10.27 03:21

김영란법 발의자 “입법보다 인식 개혁이 더 중요”

첫 여성 대법관 출신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김영란법의 '원작자'다. 그의 이름을 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영란법 담당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6월 말 소속 상임위가 바뀌는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개조 구상 발표 이후 뒤늦게 캐비닛에서 법안을 꺼내보고 화들짝 놀란 듯하다. 로비에 가장 취약한 곳이 국회다.

겉으론 6월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좌충우돌이다. 법안의 적용 대상에 공공기관이 포함됐으니 KBS·EBS·MBC 등 정부출자 공영방송을 포함시켜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일반 언론사들도 포함시키고, 국공립학교도 포함되니 사립학교도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 법안 추진 당시 스폰서 검사나 국회 불법 로비, 고위공직자 비위 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전선만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또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결국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김용태 위원장(새누리당)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국회로 불러 직접 법안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겠다는 구상까지 검토했다.

이렇듯 국회와 정부가 김영란법에 초점이 쏠리고 있는데 정작 원작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과거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서강대 법학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다. 대법관과 장관급 위원장을 지낸 사람치고는 소박하게도 "천성이 먹고 노는 게 좋다"는 말로 조용히 책을 들여다보고, 글을 쓰면서 지내고 싶다고 밝힌 그다.

그래도 지인들을 통해 꾸준히 법안 처리 진행상황에 대해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법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법에 대해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점점 사람들의 인식 속에 접대비로 술 먹으면 안되는구나, 돈 받으면 안되는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구나 하지 않겠나. 그러면 자연히 인식이 바뀌고 우리 사회 문화가 바뀌게 될 것이다. 그게 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이다." 최근 그가 지인들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법안이 재조명받는 데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의 반응은 예상 외로 단호했다. "원칙적으론 (전직 위원장으로서) 국회 입법과정에 나서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 참사란 비극적 사건에 기대어 법안을 홍보하는 행위는 결코 원치 않는다'는 뜻을 담은 짤막한 답변을 보내왔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다운 반응이라고 말한다. 정치·정략적으로 나서거나 상황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날선 원칙이었다.

지난 2012년 말 남편 강지원 변호사의 대선후보 등록으로 권익위원장에서 물러나자 법안 제정 작업이 추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는 당시에도 "제가 있어야 되는 법이면 그런 법은 만들면 안되는 거죠. 제가 없어도 꼭 필요한 법이면 되어야만 하고, 될 것이라고 믿어요"라고 답했다. 처음 그가 입법화 의사를 밝힌 지 약 4년 만에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로소 국회가 자신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법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4년간이나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건 이미 우리 사회가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로 대변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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