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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 면접 ‘논란’…국내 포털 정보 캐내기 혈안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21 16:58

수정 2014.11.05 15:13

#1.국내 포털의 검색파트에서 근무중인 L씨는 최근 구글의 한국 연구개발(R&D)센타에서 면접을 봤다. 구글 본사 개발자로 구성된 6명의 면접관이 L씨에게 던진 질문은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했나”, “개발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해당 프로그램을 만들어 봐라” 등 보안이 생명인 주요 기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또 다른 포털사에 근무중인 M씨도 구글코리아 면접을 보면선 매우 곤혹스러웠다. M씨는 최근 이슈가 되고 검색 소프트웨어(SW)에 문제점을 면접관과 함께 풀어본 것은 물론, 핵심 기술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면접은 점심과 휴식을 제외한 7시간이 걸렸다.

#3.L씨와 M씨는 면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산업스파이’가 된 것 같은 죄책감에 빠져들었다.
결국 이들은 구글코리아 입사를 포기했다. 최근 구글코리아에서 면접을 본 대부분의 국내 개발자들도 똑 같은 일을 겪었다고 증언한다.

구글코리아의 한국 연구개발(R&D)센타가 국내 개발진을 뽑는 면접 과정에서 국내 포탈들의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고의적으로 캐내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1일 현재 구글코리아가 뽑은 개발자는 20여명. 하지만 지원자는 수백명에 달한다. 구글코리아는 이들 지원자에게 면접이라는 합법적인 틀안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검색기술에 대한 질문만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의 이 같은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 R&D센터’설립 협약식에 참석한 앨런 유스타스 구글 부사장은 “한국의 우수인력 150여명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구글 본사 연구개발(R&D)센터 기술총책임자 캐넌 파슈파티도 “능력 있는 연구 개발자라면 앞으로 수백 명도 채용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내에서 포털 검색 관련 개발자들은 약 1000명 정도로 파악된다. 구글 측의 발표처럼 지난해 부터 수백명의 개발자들이 이력서를 제출했고, 현재도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면 구글은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거의 다 만나게 되는 셈이다.

구글의 ‘잘못된 면접’에 대해 국내 최대 A포탈 고위 간부는 “구글코리아가 A포탈 출신 개발자에게 ‘A포탈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가운데 실력있는 개발자 5명 정도의 명단을 주면 채용에 이익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래도 구글이 한국의 우수한 개발인력을 해외로 빼돌리는 의도가 아니냐”고 얼굴을 붉혔다.


한 보안업체 고위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수백명의 개발자들이 지원해 채용된 인원은 고작 20여명 불과하다”며 “채용되지 못한 수백명의 개발자들도 자신이 개발했거나 개발중인 프로그램에 대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다 설명했다”며 ‘면접’을 빙자해 ‘정보수집’을 하려는 구글의 고도의 술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일반 사무 업무가 아닌 R&D센터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엔지니어’를 뽑기 위한 면접이기 때문에 지원자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절차였다”고 변명했다.


구글코리아의 다른 관계자는 “너무 비밀스럽게 인력 채용이 이뤄지다보니 여러가지 나쁜 소문이 도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구글이 한국에서만 인정받는 일부 포털들의 정보를 빼내려 한다는 것은 모함일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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