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푸른하늘 - 대기권과 우주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3 08:55

수정 2014.11.07 10:56


<삽화 정과부 화상>

지구와 우주의 경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대기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는 대기권이 끝나는 1000km 상공 외곽부터다. 하지만 100km보다 높이 올라가 열권에만 도달해도 실제 우주와 많이 다르지 않다.

한번 카리 호를 타고 대기권의 끝까지 올라가보자. 고도 10km 안쪽에는 기상현상이 일어난다. 구름도 보이고 난류도 생긴다.

10∼15km 상공을 지날 때는 주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비행기는 공기의 힘(양력)을 이용해 떠있기 때문에 비교적 공기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날아얀 한다. 20∼30km 상공을 지나가 위해선 오존층을 거쳐야 한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흡수한다.

오존층을 통고하면 중간권이라 불리는 50∼80km 구간이 나타난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이 불에 타 별똥별이 되는 곳이다.

80km 상공을 지나면 열권에 도달한다. 열권에서는 오로라가 만들어진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한 플라스마가 지구의 공기분자와 만나 빛을 내는 현상이다.

만약 카리 호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그 사람은 미국에서 우주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80km 상공보다 높이 올라가면 우주인으로 인정한다. 최근 이소연 씨가 잠정적인 세계 50번째 여성 우주인이었다가 49번째로 정정된 이유도 1986년 폭발사고를 일으킨 챌린저 호에 탑승한 우주인 크리스타 맥얼리티가 80km 상공에 도달하지 못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드디어 카리 호가 고도 100km를 돌파했다. 100km는 러시아가 우주인의 자격요건으로 정한 고도다. 100km를 넘어서면 공기가 희박해진다.

200km를 넘자 일부 저궤도위성이 보인다. 저궤도위성은 200∼6000km 상공을 돈다.

카리 호가 420∼430km에 도달하자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보인다. ISS는 대기권 안쪽에 있지만 이 고도에서는 중력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래서 ISS 안에 둥둥 떠다니거나 밖에서 우주유영을 할 수 있다.

물론 완전한 무중력이 아니기 때문에 ISS는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조금씩 낙하한다. 그래서 ISS의 즈베즈다 모듈이 연료를 태워 얻은 추진력으로 고도를 유지한다. ISS가 고도를 유지하고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소모하는 연료는 1년에 7000kg 정도. 그래서 프로그레스 M 화물선이 매년 6차례씩 연료를 실어 날라야 한다.

ISS를 지나 고도 1000km에 이르자 그나마 희박했던 대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기권의 끝인 셈이다.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에 들어선다고 환경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미약하게 지구의 중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대기권이 끝났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무지개의 색을 ‘빨주노초파남보’라고 말하지만 그 경계를 정확히 찾을 수 없듯, 지구와 우주의 경계도 지구의 중력에 따라 서서히 변할 뿐이다.(글: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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