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치질 남녀에 따라 발병 종류 다르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7.14 11:26

수정 2014.11.06 23:59


치질이 남녀 성별에 따라 발병 종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항문 전문 한솔병원이 지난 2007년 한 해동안 병원을 찾은 치질 환자 2391명을 조사한 결과 치루 환자 786명 중 남성이 82.6%(649명)으로 여성 환자 17.4%(137명)에 비해 4배이상 많았다. 반면 1605명의 치열 환자 중 여성 환자는 66.6%(1069명)로 남성 환자 33.4%(536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대표원장은 “치질 종류가 다른 것은 남성과 여성이 신체구조가 다르고 생활습관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 과음이 염증 불러요

항문 안쪽에는 점액질을 분비해 배변을 돕는 항문샘이 6∼12개 정도 있다. 이 항문샘에 세균이 침입하면 곪았다 터지면서 구멍이 생기게 된다.
처음 염증이 시작된 항문 안쪽 구멍을 내공, 고름이 흘러나온 바깥쪽을 외공이라고 하고, 내공과 외공이 터널처럼 연결돼 있는 것을 ‘치루’라고 한다.

치루는 20∼30대에 많으며 남자에게 4∼5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남자의 경우 항문 구조상 청결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의 항문샘은 여성의 항문샘보다 깊은 경우가 많다. 항문샘이 깊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씻어도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기 쉬워 세균 감염 위험이 높다.

술과도 관련이 있다. 남자는 음주 횟수도 많고 과음을 하는 일도 잦다. 음주는 잦은 설사로 이어져 항문샘 입구에 오물이 모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 음주 후에는 신체의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항문샘에 염증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치루가 있으면 처음에는 배변 시 항문 안쪽이 따끔하고 항문 주위에 종기가 난 것처럼 붓는다. 항문에 열이 나거나 감기처럼 온 몸에 열이 오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항문이 크게는 계란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며칠 고생하다가 고름이 터져 나오면 시원한 느낌이 들고 통증도 사라진다. 이 때 환부를 만져보면 볼펜심처럼 딱딱한 줄기가 항문 안쪽으로 뻗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흔히 이 단계가 되면 저절로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때부터가 바로 치루의 시작이다.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또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붓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만성 치루로 악화된다. 치루는 자연 치유나 약물 치료가 되지 않고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변을 본 후에는 휴지로만 항문을 닦지 말고 물로 씻어주는 게 좋다. 씻을 때는 비누 등을 사용하기보다 물로만 씻는다. 설사는 치루를 악화시키므로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을 먹어 빨리 치료하도록 한다.

■여성, 임신 다이어트로 치열 생겨요

치열은 항문이 좁아 찢어지는 것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2배 정도 많다. 이는 여성의 경우 항문이 좁은 편인데다 변비 환자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변비는 치열의 주된 원인이다. 변비로 인해 딱딱한 변을 보게 되면 항문 외상이 생기기 쉽고 이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치열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여성은 살아가면서 임신과 다이어트를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 이 두 가지는 변비를 일으키고 치열로 악화되는 수가 많다. 임신 중에는 임신을 유지시키는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장운동을 저하시켜 변비를 유발한다. 또 다이어트를 하느라 지나치게 식사량을 조절하다 보면 변의 양이 줄고 딱딱하게 굳어져 변비나 치열이 생기기 쉽다.

치열이 생기면 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나고 아프며 상태가 악화되면 변을 본 후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 치열은 단순한 열창으로부터 난치성 열창까지 다양하다. 생긴 지 1개월 미만의 급성 치열일 때는 좌욕으로 근육 경련을 풀어주거나 2주 정도 약물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4주 넘게 항문이 계속 찢어지는 만성 치열이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항문이 좁아져 굳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괄약근을 살짝 절개해 항문을 넓히는 방법이다.

치열은 변비를 예방하면 90% 이상 수술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배변습관이 중요한데 변의가 있을 땐 참지 말고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변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화장실에서 10분 이상 앉아있지 않는 것이 좋다.
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식이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와 콩류, 해조류의 섭취를 늘린다.
물을 자주 마시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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