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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입니다.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5 14:29

수정 2008.12.05 14:29

나는 여러분 모두가 몸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위(胃)입니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지요. 그런데 요즘 제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랍니다. 너무 힘들어요.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바쁜 주인님은 내가 싫어하는 것만 드세요

요즘 사람들은 우리를 그저 밥통쯤으로 생각하고 있나 봐요. 이건 나의 주인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주인님이 주는 대로 생각 없이 받기만 하는 존재로 알지요. 제가 ‘제2의 뇌’라고 불릴 정도로 자율신경이 발달해 있다는 것은 아는 분들만 아는 사실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컵라면, 삼각 김밥, 햄버거 같은 후닥닥 만든 음식들로만 주로 배를 채우시더라고요. 물론 바쁘셔서 그런 건줄 알고는 있지만, 이런 음식들은 저한테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내부기관들의 불평불만이 쇄도해서 제가 너무 힘이 드네요. 게다가 음식은 또 얼마나 빨리 드시고, 한꺼번에 많이 드시는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한밤중에 라면 먹고 바로 주무시는 건 기본이구요. 그러다 보니 저도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담적’이랑은 친구하고 싶지 않아

제가 가장 힘든 건 바로 주인님의 식습관이 만드는 ‘담적’이라는 질 나쁜 친구 때문이에요. 담적은 정말 제 평생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제 옆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네요. 담적이 얼마나 독하고 나쁜 녀석인지 잘 모르시죠?

담적은 주인님이 빨리 드시고, 많이 드셔서 제가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음식 노폐물이랑 각종 화학조미료, 환경호르몬 등이 혼합된 녀석인데요. 제 살을 뚫고, 제 외벽에 쌓여 딱딱하게 굳어진 채 눌러앉아버렸답니다.
노폐물이랑 각종 독성물질이 만나 탄생한 녀석이니 몸에 좋을 리 없지요. 이 녀석 때문에 주인님은 매일 소화불량이랑 속쓰림을 달고 사시는데, 내시경 검사로는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성이라고만 생각하고 계시니 너무 답답해요.

게다가 최근 이 녀석이 저만 괴롭히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제 외벽에 있는 림프계와 혈관을 타고 다른 내부기관 친구들에게까지 마의 손길을 뻗치고 있어요. 저는 너무 두렵답니다. 담적이 관여하면 없던 병도 생길지 모르거든요. 당뇨병, 간질환, 신장질환, 관절염, 두통, 어지럼증, 아토피 등등 담적은 참 쓸데없이 발도 넓습니다.


■주인님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이렇게나마 신세한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한의원 최서형 원장님께 감사드려요. 저의 중요성을 알아주시는 몇 안 되는 분이시죠. 아무튼 마지막으로 주인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 잔소리 같겠지만, 다 주인님을 위한 일이니까 꼭 지켜주시기 바래요.

음식을 먹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러니까 주인님 몸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음식을 제때에 꼬박 꼬박 드셔주세요. 과식, 급식, 폭식은 정말 싫어요. 야식은 좀 끊으시고요. 보아하니 송년회다 크리스마스다 해서 스케줄 꽉 찼던데, 제대로 된 밥은 안주시고 폭탄주랑 기름진 안주만 많이 주시면 저는 정말 싫어요. 그럴수록 담적도 기세등등해진답니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애인 생각하듯 위(胃)도 한번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데요. 시간 나시는 데로 끈질긴 담적 좀 떼어내 주세요. 저랑 제 친한 친구들이 이 녀석 때문에 많이 힘드니까요. 깜빡깜빡 잘하시는 주인님, 이건정말 잊으시면 안 돼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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