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CU-KAIST 통합놓고 진통 확산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05 16:57

수정 2014.11.04 22:49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이 되고 싶다.”

정보기술(IT)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98년 문을 연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의 통합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ICU 학생들은 5일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앞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통합하라’며 시위까지 벌였다.

ICU 학생들의 주장과는 달리 허운나 ICU 총장은 자립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ICU를 책임져 온 정통부 장관이 ICU 이사장직을 더 이상 맡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ICU·KAIST 통합 논란 왜 시작됐나

세계 최고 IT대학을 표방하던 ICU가 KAIST와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감사원은 정통부가 정보통신진흥기금에서 자출한 돈을 정통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ICU가 받는 것은 ‘본인이 지원한 돈을 자기가 받는 것’이라며 문제시 했다. 이후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도 국정감사 등에서 사립대학인 ICU가 정통부로부터 기금을 매년 100억원 넘게 지원받는 것은 불법이며, ICU는 태생 자체가 ‘사생아’라고 지적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통부는 ICU에 특별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을 지난 2005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탈출구를 모색했지만, 법안은 무위로 끝났다.

결국 정통부는 ‘앓던 이’였던 ICU를 KAIST가 합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합할 경우 정통부가 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서 통합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학생들 “정통부가 책임 져야”

현재 국회는 정통부 장관에게 “ICU 이사장을 맡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ICU 정관에는 정통부 장관이 ICU 이사직을 맡도록 돼 있다.

ICU 이사장직은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을 끝으로 이후 한 달 동안 ‘공석’ 상태다. ICU는 오는 8일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인물을 이사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그러나 ICU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거리다. 통합을 추진해 온 정통부 장관이 ICU에서 손을 떼면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KAIST와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5일 서울 광화문 정통부 청사 앞에서 열린 ICU 학생들의 기자간담회에서 곽승훈 ICU 학생총회대표는 “ICU를 만든 정통부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정통부 장관이 ICU 이사회장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이사회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사진들은 학부모와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며 “이들은 KAIST와 통합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학부모는 “허운나 총장이 임기 만료되는 내년 6월까지 ICU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면서 “허 총장이 학교 이사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아탑 빛 바랜 ICU

논란이 거듭되면서 ICU는 ‘상아탑’으로서의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진도 통합·자립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분열이 심각하다. 학부·대학원생의 85%는 통합을, 15%는 ICU 자립을 주장하고 있다. 교수는 89%가 통합을, 11%는 자립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재정도 문제다. 매년 정통부로부터 받던 100억원의 지원금은 내년부터 없다. 정통부가 KAIST와 통합을 전제하면서 내년도 예산에서 ICU 지원 항목을 뺐기 때문이다.

현재 학내에서는 정통부 측에서 ICU 스스로 대지나 건물을 팔아 부족한 재원을 채우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통부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은 사실과 다르다. ICU는 지금 지원 없어도 앞으로 1∼2년 운영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학교·학생 간 공방전이 벌어지는 등 쌍방간 신뢰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학교 일각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KAIST와 통합을 원하는 이유는 ICU보다 KAIST가 지명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ICU 경영진이 현재 구체적인 자립화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을 뿐 더러 학교 성장을 위한 개혁의지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통합을 원하는 ICU 학생들은 배수진을 치는 등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곽승훈 학생총회대표는 “통합이 안될 경우 모든 학생이 자퇴하기로 결의했다”면서 “현재 외국인 학생들을 제외한 300여명의 ICU 학생 중 280명이 자퇴서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ICU를 출범시킨 정통부는 “통합·자립은 ICU 이사회에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관여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에 휘말리기 싫다는 뜻이다. 거친 비바람 속에서 ICU는 선장조차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이다.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사진설명=KAIST와 통합을 원하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학생들이 5일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앞에서 정통부 장관의 ICU 이사장직 유지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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