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원 포인트 건강] 빈뇨·잔뇨 고통 심한 ‘과민성 방광’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22 16:49

수정 2014.11.04 21:20



무더운 여름이 가고 제법 바람이 선선해지고 있다. 자연과 사람의 몸이란 참 신기하다. 봄, 가을엔 안과 앞에 눈병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이비인후과에는 환절기 감기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마찬가지로 비뇨기과에도 소변 때문에 유난히 고생하는 계절이 있다. 이제 그 계절이다.

여름에는 괜찮다가 날씨가 선선해지고 추워지면서 고생이 시작되는 병이 있다.
그것이 바로 ‘과민성방광’이다. 이 질환은 특별한 병적인 문제가 없어도 소변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화장실로 향하거나 화장실로 가는 과정에 실수를 하는 ‘절박뇨’나 ‘절박성 요실금’ 증상이 특징이다. 대개 소변을 하루에 8회 이상 자주 보는 빈뇨,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한번 이상 깨서 화장실에 가게 되는 야간 빈뇨 증상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과민성 방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다 생길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아진다. 성인에서는 당뇨나 관절염보다도 더 흔한 것이 과민성방광이다.

과민성방광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방광 근육이 불안정해서 정상적인 상태보다 더 적은 양의 소변이 방광에 차도 방광이 수축을 하게 된다. 또 물 흐르는 소리를 듣거나, 찬물을 만지거나, 추운 곳에 가면 갑자기 소변이 마렵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여성 분들은 설거지하다가 소변이 급해지거나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려버린다. 남성은 전립선비대로 인한 과민성방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립선비대 없이도 과민성방광 증상은 생길 수 있다.

과민성방광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이 “에구, 나이 드니 소변도 잘 못 참고 화장실도 자주 가네. 소변 줄기도 약해지고 시원하지도 않아… (남성 분들은 약해진 정력 탓을 하기도 한다)”하며 그저 세월을 탓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더 나이가 들면 기저귀를 차고 잠을 자거나 요강을 머리맡에 두고 살기도 한다. 하지만 과민성방광은 의외로 쉽게 약으로 치료가 된다. 물론 2∼3개월이라는 꽤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보통 하루 1∼2회 정도만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는 약이 많기 때문에 약만 잘 복용하면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신경을 조절하는 조절기(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비슷한 원리)를 삽입해 효과를 보기도 하고 방광근육에 직접 근육 마비 주사를 놓아 필요한 만큼 방광을 조절할 수도 있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못 참아 지리는 문제는 죽을 병은 아니지만 본인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신경 쓰인다. 남에게 알리기도 참 쑥스럽다.
특히 여자 환자들은 수치심 때문에 병원 가기를 꺼리는 경우도 꽤 많다.

혹시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과민성방광 증상이 있다면 화장실에 가면서 한번 쯤 생각해 보시기를. 비뇨기과를 방문하고 진찰받을 용기를 택할 것인지, 남은 인생을 불편하고 불쾌한 소변 증상을 참고 살 것인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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