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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60년,우리 생활을 바꾼 발명품] 휴대폰·인터넷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10 18:12

수정 2014.11.06 06:48



모바일 게임 업체 대리인 이내연씨(29). 서울 노원구에서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휴대폰을 교통카드 대신으로 쓴다. 어제는 지하철을 탔다가 모바일 인터넷으로 한 영화 광고를 보게 됐다. ‘저스트 어바웃 러브’. 10대의 우정이 사랑으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 대리는 곧바로 휴대폰으로 영화표를 예약한 후 룰루랄라∼를 외친다.

점심시간에도 휴대폰은 그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뭐 맛있는 거 없을까”라고 묻자 이씨 회사 근처의 맛집 리스트가 있는 서비스 화면으로 이어진다. 퇴근길에는 휴대폰으로 미리 내려받아둔 생활영어 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한다. 휴대폰이 바꿔 놓은 생활의 한 장면이다.

■세상을 바꾸는 모바일의 힘

한 손 잡기엔 버거운 크기, 아령 수준인 1.3㎏의 무게. 게다가 10시간 충전에 30분 통화. 1984년 5월 한국에 처음으로 상륙했던 모토로라 카폰의 모습이다.

1988년 들어서야 차에서 독립한 휴대폰(모토로라8000SL)이 보급됐지만 웬만한 승용차 가격인 400만원이 드는 ‘사장님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08년. 휴대폰은 삶의 풍경을 바꿔 놨다. 지하철 안은 고개를 숙인 ‘수그리족’이 가득하다. 머리를 숙이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을 이용해 TV를 보는 것은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다. 또 휴대폰은 공중전화 박스에 먼지가 쌓이게 했고 기다림 보다는 즉각적인 소통을 선호하는 인간형을 만들어 냈다.

특히 휴대폰은 당당하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신세대들의 표현 욕구를 채워 주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벨 소리나 통화 연결음에는 이용자의 개성이 담겨 있다. 노래뿐만 아니라 음성을 통한 직접적 표현도 망설이지 않는다.

‘모바일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영역도 만들었다. 모바일 전자상거래는 그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에도 익숙하지 않은 일부 40∼50대는 “무슨 꿈같은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M커머스는 젊은 층에 폭넓게 파고들었다. 휴대폰을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기름을 넣고, 병원비를 내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빼먹을 수도 있다. 쇼핑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생활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세태 변화는 새 풍속도를 창출한다고 한다. 명품족 같은 다양한 족(族)의 등장도 같은 이치다. 그중 휴대폰 기능의 발달과 함께 뜨고 있는 것이 검지족이다. 터치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 버튼을 눌러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던 엄지족은 사라지고 화면을 톡톡 찍어 전화를 거는 검지족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촛불집회는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열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미디어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휴대폰의 등장은 우리 생활을 알게 모르게 바꿔 놨다.

많은 사람이 휴대폰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일부 전문가와 학자들은 휴대폰이 사람 몸안에 들어오는 미래를 벌써 얘기한다. 칩 형태의 초소형 휴대폰을 몸에 넣어 통화는 물론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까지 체크해 주는 사회를 상상한다. 체온 등 인체 구성물질을 휴대폰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런 미래가 펼쳐질지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2001년 컬러 휴대폰이 보급된 지 불과 2년 만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됐고 그 후 3∼4년 만에 DMB, 휴대인터넷 같은 서비스를 즐기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2년 후에 어떤 서비스가 나올지 점치기 힘들 정도다. 기존 가치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우리 삶은 어떻게 바꿔놓을지 아무도 모른다. 가히 격변의 시대다.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세상

우리 생활에서 필수품이 된 인터넷. 올해로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상용화한 지 14년이 됐다. 우리 인터넷산업은 1994년 6월 20일 KT가 ‘코넷’이란 브랜드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은 학습에서 비즈니스까지 모든 업무가 인터넷에서 이뤄진다.

2002년 월드컵과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인터넷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도 엄청나게 커졌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인터넷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 준 예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역량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이제 자기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가진 사람은 블로그를 만들어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불가능했다.

메신저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도 인터넷이 만든 공간이다.

“‘승기(잠이 모자라)’ ‘재원(기분 꿀꿀)’ ‘미연(ㅠㅠ)’….” 인터넷 메신저가 보편화되면서 이젠 메신저가 단순히 대화 소통의 수단뿐 아니라 상대방의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유선전화의 설 자리도 빼앗았다.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강점은 통화료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지역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내와 시외통화 요금이 동일하며 시외통화의 경우 기존 유선전화에 비해 최고 85%까지 절약할 수 있다. 국제전화 요금도 분당 50원 내외로 저렴하다.
인터넷은 이제 그것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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