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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휴대폰 보조금 경쟁?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4 18:44

수정 2009.11.24 18:44



이동전화 요금 인하로 소강국면을 맞을 것처럼 보이던 휴대폰 보조금 경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T가 아이폰을 수입하면서 평균 40만원 이상의 높은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자 SK텔레콤도 장기 가입자들에게 신규 가입자와 똑같은 수준의 휴대폰 보조금을 주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휴대폰 보조금 과당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짙어진 것.

KT는 오는 28일부터 국내에 판매하는 아이폰 3개 모델 중 가장 대중적인 모델인 3GS 16기가바이트(�) 모델을 26만4000원에 팔 예정이다. 이 제품의 수입가격은 통상 800달러(약 88만원)선. 업계는 KT의 대당 보조금이 50만원대 후반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KT는 아이폰 수입 발표 이전에 이미 “아이폰에 적용하는 휴대폰 보조금과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다른 휴대폰에도 고르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KT가 휴대폰 보조금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맞대응전략을 놓고 고심해 온 SK텔레콤도 장기 가입자들이 이동통신 회사를 옮기지 않고 휴대폰만 바꿀 때 신규 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복기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새로 SK텔레콤에 가입하는 가입자들에게만 주던 보조금을 2400여만 가입자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어서 보조금 경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 중으로 차별적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처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동전화 요금을 많이 낼 것으로 예상되는 20대 젊은이들, 여성 같은 일부 계층에만 보조금을 많이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보조금 액수를 높여 놓은 만큼 이젠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에게 고르게 높은 보조금을 줘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게다가 매년 2∼3월은 이동통신 업체들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연중 보조금 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벌이는 시기다. 이 때문에 연말에 달궈진 보조금 시장은 내년 초를 지나면서 다시 한번 수조원대의 보조금 과당경쟁을 재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KT는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높은 수준의 스마트폰 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겠지만 KT에 가입자를 뺏기게 되면 경쟁업체들도 보조금을 늘리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8월 이후 잠잠하던 이동통신시장이 다시 한번 가열되면 통신사업자의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연구원은 “KT 아이폰은 출시 첫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들도 “9월 이동전화 요금 인하를 결정할 당시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마케팅 비용을 요금인하로 전환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돌린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요금은 요금대로 내리고 보조금 경쟁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이라며 “통신업계의 과당 보조금 경쟁을 냉각시킬 만한 특단의 조치 없이는 내년에는 통신업계의 신규 투자나 신규 사업 발굴 등 장기적 시장개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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