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암백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주도’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02 15:39

수정 2010.06.03 15:39

국내 연구기업들이 항암백신 치료법 연구개발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암백신 연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두 가지 유형을 국내 연구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암백신은 일반 백신과는 의미가 달라 연구개발 분야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

건국대학교 특성화학부 생명과학전공 김동은 교수는 2일 “췌장암·위암·대장암·폐암 등의 원인과 기전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약물이나 기전으로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암백신은 ‘인체가 암을 인식해 면역작용 등을 통해 암을 극복하게 돕는 약물’이란 의미로 넓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으로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뚜렷한 원인으로 알려져 제작된 자궁경부암백신이 있다.

암백신 연구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뚜렷하게 인지하게 만드는 방법과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를 공격하는 방법은 국내 연구진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다.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법으로는 국내 항암세포치료 연구개발기업인 이노셀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이뮨셀-엘씨(Immuncell-LC)가 대표적이다. 이뮨셀-엘씨는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인지, 선택적으로 골라 파괴하는 치료법을 사실상 처음으로 구현했다. 2007년부터 간암치료 판매 허가를 받은 이후 유사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치료법 개척자로서 시장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노셀 측은 “중국과 독점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영국 및 유럽 본토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텔로머라아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려는 치료법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기업이 유일하게 췌장암 치료 관련 임상3상까지 진행하고 있다. 암백신 개발사인 카엘젬백스가 현재 개발 중인 항암백신 ‘GV1001’은 텔로머라아제를 표적으로 삼는 펩타이드 백신이다. 이 백신은 텔로머라아제를 과다 발현하는 암세포를 찾아 파괴한다. 텔로머라아제의 발현율이 췌장암 95%, 기타 암 85∼90%에 달해 개발이 완료될 경우 모든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항암백신이’ 될 것으로 카엘젬백스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한소화기항암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영국 국립암연구소(NCRI) 산하 췌장암연구소 존 네오프톨레모스 소장은 GV1001의 임상3상 현황에 대해 “췌장암백신의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일보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앞서 네오프톨레모스 소장은 지난 2008년 “현 임상실험의 췌장암 환자 모집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다른 임상3상 시험을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GV1001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 유형으로는 뚜렷한 표지물질(PSA)이 존재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는 전립선암의 치료에 사용되는 프로벤지를 들 수 있다. 현재 프로벤지는 두통이나 미열 등의 미약한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졌으나 화학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생존기간도 4.5개월가량 우수해 권장되고 있다. 프로벤지’는 지난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이 내년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유방암백신도 이 같은 치료법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유방암의 발생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기존 유방암의 크기를 50%까지 줄일 수 있는 유방암백신의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 용어설명 / 텔로머라아제(telomerase)=텔로머레이즈라고도 한다.
분열할 때마다 짧아지는 세포 유전자 끝 부분인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여주는 효소로 자주 손상된다. 빠른 분열과 재생이 필요한 부위(소장의 내피세포 등)에도 원래 존재한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아제를 크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노화·죽음에 이르는 세포보다 분열해 늘어나는 세포가 많아지며 이것이 바로 암 덩어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