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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가 '뚝뚝'..힘받는 '블랙리스트제도'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6 15:12

수정 2012.02.16 15:12

최근 주요 스마트폰 출고가격이 대당 20만~30만원씩 급락하면서 휴대폰 유통창구를 다변화하는 '블랙리스트제도'효과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 도입되는 블랙리스트제도는 제조사 유통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제값 주고 휴대폰을 산 다음, 입맛에 맞는 이동통신사나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MVNO)를 선택해 개통을 할 수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현재 이동통신 유통점을 중심으로 한 휴대폰 유통구조에 일대 변혁이 예고돼 관련 종사자와 이동통신사, 유통망이 부족한 제조사들의 대응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동통신사 전문가들은 "블랙리스트 시행도 전에 휴대폰 가격이 미리서 떨어지는데는 대리점등 휴대폰 유통사들이 휴대폰 가격 추가하락에 대비,재고물량이나 잔존 휴대폰을 미리 처분한데다 휴대폰 가격 거품도 빠르게 빠지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공짜 블랙리스트폰' 가능성도

1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제조·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스마트폰 출고가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77만원에 내놨던 '웨이브2' 스마트폰의 새 버전 '웨이브3'을 이달 40만원대 후반에 내놨다.
지난해 4월 보급형을 표방하며 50만원대에 내놓은 '갤럭시지오' 스마트폰보다 싼 가격이다.

지난해 12월 노키아가 국내에 내놓은 '루미아710' 스마트폰은 출고가가 41만원에 불과했다. KT는 지난해 7~11월 이동통신 유통점의 휴대폰 가격을 통일해 표기하는 '페어프라이즈' 제도 실시 후 총 38종의 휴대폰 출고가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최근 인기모델 2~3종을 제외하면 제품 첫 출시 후 불과 3~4개월만에 할부원금이 30만~40만원씩 대폭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할부원금은 출고가에서 이동통신사·제조사의 보조금을 뺀 것. 보조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출고가도 대폭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는 일반 유통점에서 휴대폰 사서 이동통신사에서 2년 약정으로 개통을 하면 차별없이 똑같은 요금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월 5만4000원 정액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2년 동안 주는 요금할인 총액은 4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제조사의 장려금이 붙는다면 블랙리스트제도에서도 웬만한 중·저가 스마트폰은 사실상 공짜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제조-이통사 힘 균형 변화

그동안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인기 휴대폰 모델의 공급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해왔다. 현재 '칼 자루'를 쥐고 있는 곳은 삼성모바일샵을 비롯해 전국적인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해외에 20만원대에 불과한 '갤럭시Y 듀오' '갤럭시에이스 듀오' 등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블랙리스트제도 이후 이 제품들을 국내에 내놓으면 값싸게 스마트폰을 쓰려는 소비자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자체 유통망인 '애니콜프라자'를 활용해 휴대폰 직접 유통을 시도한 적이 있다. 지금도 전국 이동통신 유통망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저가 스마트폰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은 없고, 블랙리스트제도에 대해 내부에서 신중히 검토만 하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68%의 역대 최고 판매량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동통신 유통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수 있는 것.

이동통신사나 자체 유통망 경쟁에서 밀리는 LG전자·팬택, 외국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이동통신사 정책담당자는 "블랙리스트제도가 정착하면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보조금 관행을 끊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반면 휴대폰 유통구조가 대거 바뀌면서 이동통신·제조사별로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대응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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