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여름철 땀 과도하게 흘리면 아이 키성장에 악영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08 21:13

수정 2014.06.08 21:13

여름철 땀 과도하게 흘리면 아이 키성장에 악영향

서울 봉천동에 사는 주부 윤모 씨(36)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흐르는 땀은 아이를 점차 지치게 만들었다.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유없이 짜증을 내는 횟수도 늘었다. 윤 씨는 아이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인근의 성장클리닉을 찾았다.

최근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올라가면서 땀이 나는 횟수가 늘고 있다. 더울 때 땀이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한의학은 이런 증상을 인체 보호막 중 하나인 '위기(衛氣)'가 약해졌다는 의미로 '위기허약'이라고 부른다.

부모들은 이런 증상을 단순한 체질 문제로 생각해 방치할 때가 많다. 심지어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린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의 위장이 약해 식사량이 적고 입맛을 잃어버리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기관지가 약해 조금만 날씨가 이상해도 기침을 하거나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아이도 땀을 많이 흘릴 가능성이 높다.

땀에는 수분, 나트륨, 철, 마그네슘, 지방산 등 인체 신진대사에 필요한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땀을 과도하게 흘리면 몸속에 있는 각종 무길질이 몸 밖으로 배출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철이 결핍되면 빈혈, 나트륨이 부족하면 탈수현상 및 근육경련, 마그네슘이 충분치 않으면 신경 불안정 및 근육경련 등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는 대부분 식욕을 잃고, 피로를 쉽게 느끼며, 만사를 귀찮게 여기고, 짜증을 잘 내는 경향을 보인다. 또 허약체질이거나 성장이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는 만큼 키 성장이 지연될 경우 성인이 돼서도 작은 키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장기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린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좋다.

성장클리닉전문 한의원 하이키 대전점 박승찬 원장은 "요즘 아이들의 질환은 성인의 양상을 많이 닮아가고 있는데, 성인 질병의 대다수는 어혈에서 비롯된다"며 "아이의 질병에서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키한의원은 한약을 사용해 땀을 많이 흘리게 하는 원인 자체를 치료한다. 또 어혈을 풀어주고 기를 보충시키는 약을 함께 처방한다. 이 치료법은 증상 개선속도가 빠르고 여러 문제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균형잡힌 식단을 유지해 땀과 함께 소실된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게 좋다. 특히 칼슘은 뼈 형성, 근육의 수축 및 이완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로 우유 등을 통해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반대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청량음료를 마시면 비타민, 미네랄, 칼슘 등이 부족해진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청량음료에 함유된 당을 에너지화하기 위해 소모되는데, 이들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피로를 쉽게 느끼고 식욕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에너지로 쓰이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소아비만의 원인이 된다.


또 청량음료에 함유된 인산은 성장에 중요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배설을 촉진함으로써 키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청소년기는 뼈가 성장해 최대 골밀도에 이르는 중요한 시기로, 이 때 충분한 골량에 도달하지 못하면 골다공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아이의 건강과 키 성장을 생각한다면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우유나 물을 권하는 게 바람직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