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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묵은 법이.. 게임산업 발목잡았다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10 10:34

수정 2010.03.10 13:32

법이 또 콘텐츠 진흥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심의제도가 논란이 됐다. 구글이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마켓’에 게임 카테고리를 마련해 국내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마켓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서비스중인 안드로이드폰용 게임 4400여종을 유통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위의 등급 분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오픈마켓의 게임들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만큼 구글이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중인 안드로이드 마켓의 모바일 게임들은 모두 불법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아이폰 출시 당시 애플 앱스토어의 게임 카테고리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애플은 사전 심의제도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판단, 국내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한 후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게임 카테고리를 없애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글 관계자는 “전세계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만 별도로 게임 카테고리를 없앨 수는 없다”면서 “한국은 낡은 법 때문에 콘텐츠 전쟁에서 뒤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간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에서 게임 등급 분류 심의는 끊임없는 논란을 낳아왔다. 폭력·음란 게임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와 오픈마켓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물꼬를 억지로 막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온 것.

그러나 앱 스토어 등의 오픈마켓은 전세계 게임개발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이들에게 국내 서비스를 위해 심의를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픈마켓에 개발자들이 게임을 올릴 경우 별도의 심의 없이 간단한 절차를 거쳐 바로 전세계에 서비스되기 때문. 현행법이 시장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게임위의 한해 심의 처리건수가 3000여건인 데 안드로이드마켓에 등록되는 연간 게임물 건수는 4000여건에 달한다. 몹클릭스가 집계한 애플 앱스토어의 게임물 숫자는 2만 5000여건이나 된다. 만약 게임위가 오늘부터 앱 스토어 심의에 들어간다면 10년간 앱 스토어 심의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대로’ 한다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게임위 측도 난감한 상황이다. 본의 아니게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국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되는 게임의 경우 모두 심의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구글이 애플처럼 국가별로 카테고리 개폐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콘텐츠 진흥을 막는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지만 개정 게임법이 국회에 여전히 계류상태인 만큼 다른 오픈마켓과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원칙대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시정 권고를 곧 구글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행 게임법은 지난 2006년 제정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픈마켓 심의 완화를 다룬 게임법은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임시국회에서 게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법 개정은 무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xman@fnnews.com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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