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곰팡이로 멸종되던 일부 양서류 개체수 회복조짐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20 14:46

수정 2010.12.20 14:23



전세계 양서류 숫자를 감소시키고 있는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 감염에 대해 몇몇 양서류들이 저항성을 보이고 있어 생존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의 촉촉한 피부에 서식하며 영양분을 섭취한다. 이 곰팡이에 취약한 양서류는 피부호흡에 지장이 생겨 80∼90% 가량 사망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파나마에서 희귀 개구리종인 황금개구리가 감염돼 10년 이내에 90% 이상이 사멸한 사건이 가장 유명하다. 이후 황금개구리는 야생에서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9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이항 교수 연구팀이 2년 간 조사한 결과 6종의 개구리종에서 항아리곰팡이가 검출됐다고 밝혀진 바 있다.


양서류가 줄게 되면 생태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주요 먹이인 곤충 및 각종 벌레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간 및 가축에 대한 질병이 증가하고 농작물이나 야생식물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항아리곰팡이의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호주와 미대륙 지역에서 곰팡이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 개구리들이 재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선 청개구리들의 개체수가 항아리곰팡이 감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초록눈청개구리들의 경우 아예 피부에서 항균 단백질을 예전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또한 이전과 달리 이들의 올챙이들도 곰팡이 감염에 대한 생존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0년부터 20년 간 호주 양서류의 개체수 변화를 연구해 온 호주 뉴캐슬대학 마이클 마호니 박사는 “양서류들 중 일부 종의 곰팡이에 대한 방어기전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들은 양서류의 세대 간격이 짧기 때문에 20년 동안 10∼20세대 이상의 변이를 거치면서 빠르게 감염에 적응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양서류들은 상대적으로 이 곰팡이에 대해 강한 저항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특히 국내에선 감염된 양서류들의 피해가 생각만큼 긴급하거나 크지 않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외래종의 도입 이전에도 국내에 항아리곰팡이가 존재해 국내종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저항성을 갖추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다해도 여전히 다른 질병을 가져올 수 있는 외래종의 무분별한 도입은 신경써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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