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T업체 “파워유저가 무서워”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4.06 17:12

수정 2014.11.07 09:19



#사례1

지난달 말 코원의 MP3 플레이어 아이오디오 제품을 구입한 김성권씨(26·서울 흑석동)는 음악파일을 컴퓨터에서 전송받다 속 터지는 경험을 했다. 16GB짜리 MP3 플레이어를 음악파일로 채우는 데 보통 20분이면 될 것을 무려 세 시간이나 걸린 것.

김씨는 제품 하자에 대한 사과와 리콜을 요구했지만 코원 측에서는 “자체 실험결과 제품은 정상”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김씨는 해당 기종의 전송속도 오류를 고치는 방법을 직접 알아내 항의 글과 수정 방법을 함께 코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결국 코원시스템은 “특정 모델의 범용직렬버스(USB) 전송속도가 스펙과 차이가 난다는 문의를 확인한 결과 낸드메모리 클러스터 단위가 16KB로 출고되어야 하는데 일부 제품의 경우 8KB 단위로 세팅돼 출고됐다”고 문제점을 인정하는 한편, 사과문에다 사용자가 제시한 수정방법도 함께 올렸다.

#사례2

3월 말 출시된 아이리버의 두 번째 내비게이션 모델 ‘엔비 라이프’는 기존 ‘엔비’에 비해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거듭났다. 데이터베이스(DB) 구조를 편리한 폴더 구조로 바꿨고 오른쪽 조그 다이얼도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왼쪽에다 설치했다.


또 아이콘의 사이즈를 2배 이상 키우고 자주 사용하는 아이콘의 위치를 제품 위쪽에 배치하는 등 사용자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지적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

레인콤 관계자는 “엔비가 처음 출시된 후 국제적인 상을 받을 정도로 디자인에서는 탁월했지만 유저들의 각종 지적들을 받아들여 가격과 기능의 거품을 뺐다”며 “그 바람에 설계와 제조 공정상 추가비용이 만만찮았다”고 털어놨다.

요즘 정보통신(IT) 기기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인터넷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IT 제품들의 오류를 시시콜콜 일일이 파헤쳐 프로급 ‘사용 후기’를 올리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얼리 어답터’ 혹은 ‘파워 유저’로 불리는 이들은 ‘IT코리아’의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계의 ‘파워 유저 활용’은 이미 상당한 수준.

2∼3년 전부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형 전자 업체들은 일정기간 20∼50명 규모의 ‘프로슈머 모임’을 만들어 해외시찰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신제품 출시 전에 반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고객참여 프로그램인 ‘드리머즈’의 제안을 받아들여 홈페이지 ‘애니콜랜드’의 디자인과 구성 자체를 변경한 적도 있다.

삼성·LG전자 관계자는 “모니터해 줄 유저 최종선발 경쟁률이 지난해 25대 1를 넘기다가 최근에는 40대 1이 넘을 정도로 관심이 폭발적”이라며 “지적재산권 문제가 있어 아이디어 채택실적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엔지니어들이 당황할 정도의 제안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파워유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또다른 분야는 전자지도 소프트웨어(SW) 업계다. 앰엔소프트는 유저들 덕분에 1년에 6번 전국단위로 지리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 지도와 현지의 실제 정보가 오차가 많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자사 사이트에 올리기 때문이다. 앰엔소프트 관계자는 “1일 평균 150건, 1년이면 3000여건 이상 올라 올 정도”라며 “건수는 해마다 20% 이상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국내 내비게이션업계 1위 팅크웨어는 2주에 한번 정보 업데이트, 두 달에 한번 기능 업그레이드를 한다. 홈페이지에 아예 오류지점 수정 코너까지 개설해 두고 있다.

팅크웨어를 사용하는 파워유저 중에는 경찰서나 구청 같은 관공서 공무원 고객도 많다.
그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민원인이 제기한 잘못된 교통정보나 지리 변동사항을 공문으로 발송해 준다.

카내비게이션 전문 SW 업체인 시터스는 아예 택시 기사들을 파워유저로 선택한 케이스. 3만여대의 브랜드택시 기사들이 승차손님을 시터스의 판촉행사로 유도하면 상품권이나 주유권을 제공한다.
도로사정에 밝은 기사들의 지리 정보 ‘피드백’도 받고 시터스의 이벤트에도 적극 참여케 하는 ‘꿩 먹고 알 먹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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