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도시생활,자연의 소리로 안식찾아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22 17:28

수정 2008.12.22 17:28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박문서 과장의 '귀 건강'에 대한 칼럼을 15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합니다. 난청, 이명, 중이염 전문인 박 과장은 세계 3대 인명록에 5년째 등재됐으며 접착제를 이용한 난청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했다. 현재 선진국형 난청 클리닉을 운영 중입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시청각 정보 속에 우리는 싫든 좋든 감각의 과잉자극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중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 바로 청각이다. 하지만 지나친 소리 자극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준다.
자동차나 TV 등 각종 소리로 가득 찬 도시생활은 소음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는 현장 중 하나다.

인간의 몸에 해를 줄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큰 소음을 듣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귀가 이런 소음에 적응해 더 이상 원래의 강도를 느끼기 힘들어진다는 데 있다. 큰 소리에 습관이 되어버린 귀는 점점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소음에 둘러싸여 있는 일상에 지치다 보면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리가 전혀 안 들리는 환경이란 있을 수 없다. 조용한 곳이라 생각되는 장소는 벌레 소리, 바람 소리 등 또 다른 소음으로 가득 차있는 곳일 뿐이다. 음향실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방음실이 있긴 하다. 그곳에 들어가면 처음 잠깐 동안은 정말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린다는 착각이 들 만큼 조용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숨소리, 심장 고동 소리 등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듣지 못하던 또 다른 소음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다.

퀵서비스를 하는 분들은 시내를 하루 종일 모터사이클로 종횡무진 누벼야 한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을 운전할 때 생기는 소음이 귀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다. 아주 큰 소리를 내는 기종의 경우 약 10초 이상만 들어도 귀에 장애를 줄 수 있을 정도다.

소음은 귀 외에 혈관, 근육 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며 집중력 저하를 가져오기도 하는 등 그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리가 흔히 착용하는 머리보호용 헬멧은 말 그대로 머리만 보호할 뿐 귀와는 상관없다. 소음에서 귀를 보호하려면 귀에 소음 방지용 귀마개를 꽂아줘야 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산업 재해 차원에서 보다 주도 면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공사장에서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끄러운 현장에서는 반드시 적절한 귀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소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소음을 느끼는 감각은 어차피 상대적이다. 때문에 이왕이면 좋은 소음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듣기 좋은 소음은 따로 있고 그런 소음을 들었을 때는 우리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리고 안식을 느끼기도 한다. 물소리, 빗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가 그 예다.
시끄러운 도시 생활에 지친 우리의 귀를 위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나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주는 것이 좋겠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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