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비행기에서 귀 아플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19 18:15

수정 2009.01.19 18:15



잦은 출장으로 비행기를 한 달에 서너 번씩 타야 하는 A씨는 뜨고 내릴 때 귀가 아파 신경이 쓰인다. 더구나 감기 기운이라도 있으면 귀가 먹먹해지며 통증이 와 견디기 힘들다. 집에 온 후에도 회복이 안 되어 이비인후과에 가 보면 벌써 중이염으로 넘어 간 경우도 종종 있었다.

우리 귀는 고막 안쪽에 공기가 차 있는 공간이 있고 여기서 ‘이관’이라는 가느다란 관으로 코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을 통해 공기도 드나들고 귓속에서 생기는 분비물이 빠져 나가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관이 특히 좁거나 기능에 문제가 있어 말썽을 일으킬 수 있다.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내려오면 주변의 기압이 갑자기 올라간다. 이때 이관을 통해 바깥의 공기가 귀 안으로 들어가 안팎의 기압을 똑같이 맞추게 된다. 그런데 이관의 기능이 좋지 않은 A씨 같은 사람은 바깥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니 자연 고막 안쪽은 그대로 상공에서의 기압을 유지하고 있어 바깥과 기압 차가 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막이 안쪽으로 눌리므로 귀가 아프게 되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은 꼭 비행기를 탈 때만 겪는 일은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수영장에서 물밑 바닥으로 다이빙할 때도 마찬가지다.

A씨의 경우 검사 결과 이관이 염증과 알레르기 때문에 막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몇 주간의 치료로 회복됐다.

침을 삼키면 이관을 열어 주는 근육이 움직인다. 따라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는 것이 좋다. 하품 또는 하품하는 시늉을 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이착륙 때는 가능하면 깨어 있는 것이 좋다. 잠을 자면 아무래도 침을 삼키는 행동을 충분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인위적으로 이관을 열어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먼저 양쪽 코를 잡아 콧구멍을 막고 입안 가득히 공기를 머금은 다음 콧구멍을 막은 손가락을 콧김으로 불어내듯이 힘을 줘서 공기를 코 뒤쪽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귀에서 뭔가 ‘퍽’ 하는 소리가 났다면 제대로 된 것이다. 이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해 주면 된다. 그러나 너무 세게 하면 귀를 다칠 수 있고 감기나 코의 질병이 있을 때는 귀에 염증이 옮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이런 일은 어린이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코 쪽에서 이관 부분이 임파조직인 살덩어리로 좁아져 있거나 아직 이관의 발육이 제대로 안 되어 생기는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살덩어리가 계속 문제를 일으킬 때는 수술로 제거하는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동작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아기들이다. 이 때문에 비행 후 중이염이 생겨 오는 아기들이 많다.
뭔가를 빠는 행동이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이 착륙 때 젖을 먹이면 좋고, 어른과 마찬가지로 재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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