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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필수설비 분리’ 어떻게] <2> 프랑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16 21:06

수정 2014.11.07 11:02



【파리(프랑스)=이구순기자】 유럽 최고의 인터넷TV(IPTV) 보급률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최대 통신업체 프랑스텔레콤의 필수설비를 경쟁사업자와 공동활용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투자확대와 경쟁활성화를 이뤄냈다. 영국 오프콤이 BT(영국최대통신업체)의 필수설비를 ‘오픈리치’라는 별도사업부로 분리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 프랑스방송 통신규제기관(ARCEP)은 필수설비 공동활용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광가입자망(FTTH)에도 이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프랑스 ARCEP의 조엘 톨레다노 상임위원을 만나 정책배경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영국처럼 필수설비 사업 구조분리 정책을 프랑스에 적용할 생각은 없나.

▲현재로서는 프랑스텔레콤의 필수설비를 구조분리할 생각이 없다. 구조분리는 프랑스텔레콤에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너무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구조분리도 검토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구조분리 없이도 동등접속 규제가 잘 지켜지나.

▲ARCEP은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수단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이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프랑스텔레콤의 모든 신상품 출시와 요금을 ARCEP이 직접 조정, 프랑스텔레콤이 자기 상품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지난 2002년 ARCEP은 프랑스텔레콤에 이 규제를 시행한 일이 있다. 그 이후 7년간 이 규제를 유지해 왔고 프랑스텔레콤도 규제를 잘 따르고 있다. 앞으로 FTTH에도 이 규제를 적용할 것이다.

―FTTH도 공동활용 대상인가.

▲그렇다. 지난해 9월 FTTH를 공동활용 대상에 포함하는 정책을 결정했다. 또 FTTH 구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프랑스텔레콤의 관로도 공동활용 대상에 넣었다. 정책을 결정할 때 프랑스텔레콤은 관로에 여유가 없다고 반발했지만 ARCEP과 경쟁 통신업체들이 공동으로 전국 20개 지역을 정해 관로를 직접 열어 보니 FTTH 구축에 필요한 관로가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그 이후 전국적으로 FTTH를 위해 관로를 공동활용하도록 제도화했다. 제도 시행 뒤에는 지금까지 관로 공동활용에 대해 경쟁업체와 프랑스텔레콤 간의 분쟁 사례는 없다.

―가입자망 공동활용(LLU) 제도가 프랑스 통신시장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2002년 프랑스텔레콤의 가입자망을 경쟁사업자도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LLU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발했다. 과거에는 케이블TV 시장이 아주 약했는데 LLU 정책 시행 이후 시장이 급성장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전화+IPTV 같은 결합상품으로 시장에 진입한 일리야드가 시장을 확대, 경쟁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이 덕분에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IPTV 보급률을 자랑하게 됐다.

―FTTH를 공동활용하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프랑스에는 과거 수백개 케이블TV 업체가 있었는데 LLU 정책 시행 이후 3개 대형 사업자로 정리되면서 사업자들의 투자여력이 늘어나고 실제 투자도 확대됐다. 우리는 FTTH를 ‘망 업그레이드’라고 이해하고 있다. 또 FTTH의 발전도 경쟁을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공동활용 정책 때문에 프랑스텔레콤이 FTTH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업자들이 투자를 앞당겨 시장을 확보할 것이다.

―프랑스의 IPTV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IPTV는 채널 수가 많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과거 케이블TV는 채널 수도 적고 서비스도 좋지 않아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빴다. 그런데 후발 통신업체들이 인터넷, 전화와 결합된 IPTV로 승부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소비자들의 비용도 많이 줄어들었다.

■佛 통신시장 현황

ARCEP은 프랑스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이다. 우리나라의 옛 정보통신부와 마찬가지로 통신분야 규제만 담당해 왔으나 지난해 방송사업자 인가권한까지 넘겨받았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비슷한 구조라고 보면 된다. 운영은 장 클로드 말레 위원장과 6명의 상임위원이 운영하는 위원회 조직이다.

ARCEP에 따르면 프랑스 유선통신 시장은 인터넷이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체 유선통화량의 44%가 인터넷전화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 이는 대부분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TV를 결합한 결합상품으로 가격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ARCEP은 프랑스텔레콤의 가입자망 공동활용(LLU) 제도로 선·후발 통신회사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결합상품 요금이 급격히 낮아져 현재 월평균 30유로(약 5만4000원)면 인터넷전화와 유료TV까지 이용할 만큼 소비자 혜택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 유선통신 가입자는 지난해 9월 말 약 4000만명에 달한다. 시장 구도는 프랑스텔레콤의 '오렌지'가 48%의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은 국영 통신업체로 출범, 지금도 정부 지분이 23%가량 남아 있는 프랑스 최대 통신업체다.


유선통신시장 2위는 인터넷과 전화, TV를 결합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로 승부하고 있는 일리야드의 '프리'로 점유율은 24%다. 비방디라는 케이블TV 업체의 'SFR'가 22%로 뒤를 잇고 있다.


ARCEP은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에서 LLU는 매우 중요한 경쟁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유선통신과 소매시장에 대한 규제를 점차 완화해 나갈 계획이지만 망 공동활용 정책에 대한 규제는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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