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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돌풍은 없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6 22:15

수정 2009.03.26 22:15



“스마트폰이 국내시장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휴대폰 제조업체 A사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찻잔속 태풍’에 그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옴니아’는 4개월 동안 6만3000여대 판매되는 데 그쳤고 LG전자는 판매대수 자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국내 소비자들 스마트폰에 냉담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T옴니아’는 지난 1월만 해도 하루 1000대 가까이 팔려나갔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이 500∼600여대로 절반가까이 뚝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존하는 최고의 풀터치스크린폰’이라 자평하는 것치고는 아쉬운 성적이다.

LG전자의 ‘인사이트’ 역시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인사이트폰은 LG전자가 국내에 처음 내놓은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60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출시됐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 대수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LG전자는 3월 말까지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하반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1개 정도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삼성과 LG전자의 입장 차는 엇갈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 볼 때 ‘옴니아’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면서 “요금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이 없다거나 하는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도 국내 스마트폰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커가기 위한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제 다양화 등 선결과제 산적

왜 미국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마트폰이 한국에선 이렇게 부진할까. 이는 한국적 특색 때문이란 지적이다. e 메일 등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인터넷 환경이 우수해 스마트폰의 다양한 웹 기반 기능이 불필요하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선 쓸 만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요금제가 다양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다. 우선 스마트폰으로 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0.5�당 1.5원의 요금을 부과한다. 한 달에 1�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경우 300만원이라는 ‘악’소리나는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최대 16만원까지만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KTF는 0.2원 저렴한 1.3원을 부과한다.

물론 데이터 전용 요금제를 제공하긴 한다. SK텔레콤의 인터넷 직접접속 전용 요금제인 넷1000(1�)은 월 2만3500원, 넷 2000(2G)은 4만1500원, KTF의 인터넷 직접접속용 부가할인 상품 아이플러그(iPlug) 월정액은 1만7000원(1G), 2만2000원(2G) 등으로 한정돼 있다. 1�는 3000∼4000페이지 정도의 웹사이트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현재 국내에선 스마트폰 가입자가 데이터 직접 접속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통화료가 해외에 비해 비싼 건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매우 비싸다고 느끼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정액제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애플 아이폰을 판매하는 미국 AT&T는 69.99달러, 89.99달러, 129.99달러 등 3가지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각 구간에 따라 450분, 900분, 1350분 기본 통화와 무제한 야간 및 주말 통화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용요금은 국내보다 다소 높지만 아이폰,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데이터 요금제가 대부분 무제한이라는 점이 국내와 다르다.


또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통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면서 “이통사들이 단기적인 수익에만 급급하다가는 스마트폰시장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고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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