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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최시중 방통위장 시스코 ‘쓴소리’/이구순기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6 18:38

수정 2009.04.16 18:38



“지금까지 여러 외국 기업이 한국에 IT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벤트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첫 말이다. 최 위원장은 “시스코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희망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챔버스 회장은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녹색 정보기술(IT)산업과 첨단 지능형 도시 솔루션 개발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며 ‘선물 보따리’를 내놓기도 전에 날아온 최 위원장의 가시박힌 한 마디에 뜨악했다는 게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전해들은 IT업계와 방통위 공무원들은 “최 위원장이 속시원하게 할 말을 했다”며 반가워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약속에 번번이 속아 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4년 10월 문을 연 HP의 한국R&D센터는 ‘폐업’ 상태다. 당시 우리 정부에 약속했던 4000만달러 공동 연구기금 조성 계획도 백지화했다. 2004년 3월 외국기업 중 처음으로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던 인텔은 투자를 질질 끌다 2007년 아예 R&D센터 문을 닫아버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진행키로 한 홈네트워크 기술 공동개발도 무산됐다. 2006년 말 국내에 R&D센터를 만들면서 우리 정부로부터 12억여원을 지원받았던 구글도 성과가 미미하다. 2년간 한국에 1000만달러를 투자해 인터넷 검색 등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구글은 현재 영문서비스를 한글화하고 국내 업체의 검색서비스를 베끼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R&D센터와 투자를 약속할 때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이나 정보통신부 장관 같은 최고위 공무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럴 듯한 선물 보따리를 꺼내놓곤 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한국내 사업계약들이 답례로 돌아갔다.

때문에 챔버스 회장도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런 수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시스코는 현재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인터넷전화 장비 시장에 진입하는데 만만치 않은 장벽에 부딪혀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인 것. 또 통신장비 업체에서 시스템 관리·운영 서비스회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시스코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통신망 구축과 운영사업권을 따내야 하는데 KT나 SK텔레콤 같은 통신강자들과 경쟁이 쉽지 않다. 역시 한국정부의 측면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현재 챔버스 회장은 20억달러 투자란 구상만 밝혔지 언제, 어디다 투자할 건지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아 세간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챔버스 회장의 20억달러짜리 선물보따리가 쭉정이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꼼꼼히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
또 시스코에 돌아갈 답례품이 혹여 우리나라 업체들에 피해가 되는 일은 없는지도 입체적으로 판단해주기 바란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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