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와이브로·IPTV 투자정책 ‘엇박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02 22:09

수정 2009.07.02 22:09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일 정부와 중소기업·대기업 대표가 함께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가 통신분야에서 2조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완료된 정책사안이 아니라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아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의 요지는 통신업계가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인터넷TV(IPTV) 인프라에 2조원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통신업계가 1조원,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같은 공공자금 운영기관에서 1조원씩을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인프라 투자를 하도록 한다는 것.

그동안 와이브로와 IPTV는 통신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투자자금을 대기 어려워 시장이 확산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공공자금을 지원해 와이브로와 IPTV 투자가 활성화되면 총 10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와 약 4만명의 고용증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방안은 KT가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에 이번주 초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T의 아이디어는 2가지. SPC가 IPTV 셋톱박스를 구매해 IPTV 사업자에게 임대해 줘 6573억원가량 드는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고 시장도 활성화하자는 것. 또 하나는 와이브로 망 투자를 위한 6326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조달하도록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을 받은 기획재정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이 아니라 SPC가 직접 와이브로 망에 투자하는 방안으로 확대해 정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현행 전파법에는 와이브로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업자 외에는 와이브로 망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어 SPC가 와이브로 망을 구축하는 방안은 성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틀 전 보고를 한 번 받았을 뿐 아직 최종 정책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SPC에 공동투자를 해야 할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 같은 다른 통신기업들도 이번 정책에 대해 “아직 얼마나 투자를 할 것인지, 와이브로 망을 공동으로 사용할지 같은 구체적인 논의를 해 본 적이 없다”며 “ KT가 이런 제안을 한다는 얘기를 사전에 들은 바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경제살리기 투자정책 회의에서 발표된 2조원 규모의 투자정책이 정작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세부협의도 없이 투자를 담당할 업계도 모른 채 발표된 셈이 됐다.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 중인 정보기술(IT) 분야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이날 발표를 보고 와이브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상을 들어 보니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며 “정책의 핵심은 신뢰인데 정부가 관련부처와 충분한 조율도 거치지 않은 정책을 발표해 오히려 업계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