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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나로호 발사에서 얻은 수확/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30 18:05

수정 2009.08.30 18:05



지난 25일 ‘나로호(KSLV-I)’ 발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 결과가 비록 성공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의 첫번째 우주발사 시도였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고 국민에게 우리도 우주발사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 주었다. 또한 1단 로켓을 포함한 모든 핵심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로호 발사는 먼저 우리도 발사체 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모든 상단 기술이 우리 손으로 개발되었으며 비행시험을 통해 페어링 분리를 제외한 구성품들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가 개발한 레인지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해 소중한 비행시험 데이터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부분 성공’, ‘절반의 성공’이냐 아니면 ‘실패’냐 하는 문제는 이번 발사를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세번째 발사에 대한 계약 때문에 이런 걸 따지는 것이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부질없는 논쟁일 뿐이다. 문제가 되었던 페어링 분리 실패의 현상을 규명하고 필요에 따라 설계를 보완한 후 내년으로 예정된 두번째 비행시험에서 성능과 신뢰도를 검증하면 상단의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게 되고 소형 발사체(KSLV-I) 개발사업의 목표는 달성되는 셈이다.

실패를 겪지 않고도 우수한 발사체 기술을 얻을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은 속히 버려야 한다. 일본 발사체의 효시인 람다 로켓은 네번의 실패 끝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고 인도는 4개의 발사체가 첫 발사에 모두 실패했다. 우주강국이 되려면 예산과 연구 인력을 늘리고 치밀한 개발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독자적인 발사체를 가져야 하는 당위성은 이번 나로호 발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왜 많은 사람이 하늘로 솟구치는 나로호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을까. 그것은 파란 하늘에 마치 용처럼 비상하는 나로호의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로호는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그 어떤 콤플렉스를 씻어내 주고 있었다. 1단 로켓이 러시아 제품이었고 위성의 궤도 진입에도 실패했지만 우리는 나로호가 자랑스러웠고 조만간 우주강국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국민의 자긍심 고취만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발사체 개발의 당위성을 강조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당위성은 우리의 위성이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가 원하면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어야 하는 데 있다. 우리 발사체가 없다면 이 두개의 국가적 요구조건이 결코 만족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페어링 분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동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툭 치면 떨어져 나갔을 페어링 하나 때문에 나로호의 위성 발사는 하나의 실패로 역사에 기록되게 되었다. 한번도 비행시험을 해 본 적이 없는 1단과 2단 로켓으로 첫번째 위성발사에 성공한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3개국은 첫번째 위성발사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 나라들도 이미 수차례의 준궤도(sub-orbital) 비행시험에서 실패 경험이 있는 로켓을 첫번째 위성발사에 사용했었다. ‘첫 위성 발사 성공률 27%’는 나로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수치였다.

이번 나로호 발사의 가장 큰 수확이 ‘발사체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점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스페이스 클럽‘에 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는 하나의 형식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독자적인 실용우주발사체를 하루속히 확보하는 것이다.
우주강국의 꿈은 한국형우주발사체(KSLV-Ⅱ)가 나로 우주센터에서 하늘로 비상할 때 드디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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